12일 국내 증시는 ‘세 마녀’가 심술을 부린다는 트리플위칭데이였지만 외국인들의 연속순매수 행진 덕분에 큰 탈 없이 지나갔다.
11일간 계속 된 외국인의 매수 공세로 지난 2주간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1조 4000억원에 달했다. 증권가에서는 미 9·11테러 이후 외국인들이 이처럼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산 것은 처음이라며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가 개시된 것 아니냐는 성급한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물론 아직은 ‘바이 코리아’라는 시각보다 그간의 비중 축소분을 부분적으로 채우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우세한 것 같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한국 주식을 내다 팔고 대만 주식 매수에 나선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다시 입질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미국 IT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고 이머징 마켓에 대한 외국계 펀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국내 사정이다.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중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부동산 자금과 증시 자금이 성격이 달라 부동산에서 떠난 자금이 증시로 이동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얘기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콜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시중 자금이 국고채 같은 안정 자산에 몰리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얼마 전 증권 유관단체와 증권사들이 증시활성화와 경기진작을 위해 IR 강화 등을 발표했다. 이 같은 일련의 노력이 과연 3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시중 부동자금을 국고채 등 안전자산이 아니라 증시로 회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