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방카슈랑스에 대비한 정보시스템 투자에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대한투자신탁증권 등 대형증권사들은 방카슈랑스에 대비한 중개형 시스템 구축 등에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서울증권·동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은 방카슈랑스의 수익성 자체를 관망하며 투자검토를 유보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최근 교보생명에 이어 대한생명 등 3개 생명보험사와 삼성화재 등 4개 손해보험사와 추가로 MOU를 체결하는 등 전사적으로 방카슈랑스에 대비하고 있다. 이처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증권사는 방카슈랑스를 기존 거래중개수수료 모델에서 벗어나 자산관리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다.
대우증권의 유용환 트레이딩시스템 부장은 “일부 시행령에 문제가 있어 6월 중순까지 잠시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중개형 시스템 개발업체 선정을 추진하는 등 투자결정을 마친 상태여서 증권업계의 수익성을 보장하도록 제도만 해결되면 바로 시스템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방카슈랑스에 대비한 IT투자 자체를 관망중이다. 이는 방카슈랑스가 제1금융권과는 달리 ‘증권업계의 수익성에 실효성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사의 수익성이 저조해 투자대비효과가 없는 곳에 신규 투자를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서울증권의 윤일환 정보시스템팀장은 “관련부서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을 뿐 중소형 증권사의 판매형태에 대한 입장정리가 안된 상황에서 투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리점 형태로 보험상품을 팔게 된다면 보험사의 단말기를 가져와 웹으로 연동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며 “추후 업계 현황을 파악하고 나서 투자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원증권의 신희철 고객시스템팀장도 “방카슈랑스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증권사의 손익여부를 보고 투자할 계획”이라며 “적게는 약 7억∼8억원, 많게는 약 20억∼25억원 정도를 투자해야 하는데 투자대비효과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무작정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