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TFT LCD시장을 놓고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가 피말리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장비업체들도 양 진영으로 양분화돼 ‘LCD 전쟁’이 장비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라이벌인 LG와 삼성이 비슷한 시기에 각기 다른 기판 사이즈로 차세대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면서 노골적인 줄서기도 강요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달 말로 예상되는 LG의 6세대 라인 장비 발주를 계기로 장비업계도 LG 대 삼성 진영으로 확연하게 갈라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비업계 한 CEO는 “LG와 삼성이 최근 라이벌 업체와 관계를 맺어온 업체 리스트를 작성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이같은 분위기는 공정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4·5세대 라인 장비 발주에서도 이미 감지됐지만 이번에는 더욱 첨예해지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LG와 삼성은 지금까지 국산장비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유력 장비업체들을 계열사나 관계사로 편입하는 한편 특정업체에 많은 수주물량을 할애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표 참조
LG의 경우 지난 2001년 생산기술연구원에서 분사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에이디피엔지니어링 설립을 측면 지원하고 있으며 삼성은 삼성테크윈에서 분사한 에스에프에이에 매년 수백억원의 장비를 발주하고 있다.
또한 LG는 탑엔지니어링·디엠에스 등 LG반도체 출신이 임원인 장비업체들에 대규모 수주물량을 할애하고 있는 반면, 삼성은 계열사로 편입한 한국디엔에스 등에 우선적으로 장비 발주를 의뢰하고 있다. 이처럼 편가르기가 노골화되자 해당 장비업체들은 영업반경을 스스로 한정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디엔에스와 에스에프에이 등 삼성 진영 장비업체들은 LG 6세대 라인 수주경쟁을 아예 포기했으며 ‘LG파’로 분류된 장비업체들도 삼성 7세대 라인 수주에 큰 희망을 갖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케이씨텍·태화일렉트론·에스티아이 등 일부 세정장비업체와 AKT·동경엘렉트론 등 외국 장비업체들은 이런 대립구도에도 불구하고 양사에 장비를 납품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립구도가 첨예화되면 각종 오해와 루머로 인한 불똥이 튀지 않을까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소자업체가 핵심기술 유출과 같은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특정 장비업체를 관리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편가르기가 심화되면서 장비업체들의 운신의 폭은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며 “이는 결국 국내 장비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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