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움트는 동부아남반도체 상우공장

 지난 12일 충북 음성군 동부아남반도체 상우공장. 반도체 일관생산라인(fab)은 ‘웽’하는 기계음으로 가득 찼다. 증착·노광·식각 등 일렬로 늘어선 장비에는 하나같이 이상 없음을 알리는 녹색등이 환하게 켜졌다. 천정에 설치된 림 라이너(lim liner)를 타고 하나의 공정을 끝낸 웨이퍼 세트가 쉼없이 지나가고, 하얀 방진복으로 무장한 오퍼레이터들도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난리도 아닙니다. 영업팀에서는 빨리 물량을 처리해달라고 하루에 수십통의 전화를 걸어 항의 아닌 항의를 합니다.”

 이정 생산본부장 겸 부사장은 공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대뜸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상우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100%대에 육박했다. 월 5000장 규모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엔 2개월치 수주물량이 밀려 있는 것. 부천공장도 가동률이 80%를 넘어섰다. 올 초까지만 해도 40∼50%대에 머물러 있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도시바와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등 해외 주요 고객뿐만 아니라 국내 팹리스(fabless)업체들의 수주의뢰도 지속적으로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동부와 아남이 통합경영에 들어간 뒤 시너지 효과가 공장 가동률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대만이나 중국으로 건너가려던 파운드리 물량이 동부아남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

 통합경영 전 동부전자는 월 웨이퍼 5000장 생산능력으로 대규모 물량을 수주하는 데 한계가 분명했다. 아남반도체도 월 3만장 생산규모를 갖추고도 0.35㎛나 0.25㎛ 같은 철지난 공정기술에 머물러 미세회로공정을 요구하는 최신 장비에 대응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동부아남은 통합경영으로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자 이제 최신 공정기술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오는 8월까지 월 5000장 규모의 0.18㎛ 웨이퍼 생산량을 7500장으로 확대키로 한 데 이어 연말에는 0.13㎛ 웨이퍼도 월 3000장씩 양산할 계획이다. 이미 이를 위한 장비발주도 끝낸 상태다. 내년부터는 90㎚ 공정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인력도 대거 확충하고 있다. 생산팀 현민수 팀장은 “주문량이 폭주하고 새로운 장비가 도입되는 것에 맞춰 일손도 크게 모자란다”며 “오는 8월로 예정된 신장비 반입에 맞춰 오퍼레이터 30여명을 벌써 물색해 놓은 상태”라고 귀띔했다. 동부아남은 올들어 100여명을 새로 채용한 데 이어 연말까지 300여명의 신입사원을 새로 뽑을 예정이다.

 팹라인 현장을 소개한 생산팀 전상국 과장은 “사실 상우공장은 7개 팹을 지을 정도의 부지와 용수, 전력 등을 모두 마련해 놓은 상태”라며 “지금은 팹 하나의 절반도 가동하지 않고 있지만 3분기부터 장비가 하나씩 들어오면 칸막이로 가려진 페이즈2의 벽도 터야 할 형편”이라며 기계음에 가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동부아남은 지난달 기업설명회에서는 오는 2006년까지 1조6000억원을 상우공장에 투입, 2005년부터 흑자경영으로 전환하는 등 세계 3대 파운드리업체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