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가 `복합 쇼핑몰`로 진화중]배경과 전망

가전과 PC·통신기기에 이르기까지 전자 유통시장을 주도해온 집단 상가가 복합엔터테인먼트쇼핑몰이라는 대세에 이끌려 방향을 틀었다. 전자와 비전자 분야 상품에 엔터테인먼트 요소까지 두루 갖춘 복합쇼핑몰이 전국 각지에서 속속 등장하면서 70년대 세운전자상가, 80년대 이후 용산전자상가로 각각 대표돼온 집단 전자상가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전자 유통 시장의 중심이 재래식 집단 상가에서 첨단 복합 쇼핑몰로 이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전자집단 상가들의 변화 움직임은 국내 전자 유통 시장의 변화와 맥을 같이한다. 98년 IMF이후 테크노마트·국제전자센터·일이삼전자타운 등 신흥 복합 전자 쇼핑몰이 생겨나면서 전자상권 세분화를 촉발했다. 이들 전자 쇼핑몰은 규모면에서 용산에 비할 바 못되지만 젊은층을 겨냥한 타깃 마케팅과 깨끗한 시설에 넓고 편리한 주차장·영화관 등을 두루 갖춰 고객 유입 효과를 높였다. 이에 자극받은 밀리오레·두산타워 등 신세대를 겨냥한 패션 쇼핑몰이 2, 3년 전부터 전자 쇼핑 코너를 속속 개설하며 패션 중심에서 복합 쇼핑몰로 변신을 거듭해 전자상가와 경쟁에 나섰다.

95년부터 급속히 늘기 시작한 할인점은 가전 시장을 잠식했고 2000년부터 경쟁적으로 PC와 통신기기를 취급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은 편리한 안방 쇼핑의 강점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전자 상가 고객을 잠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브랜드·테크노스카이시티 등 전자 제품은 물론 패션·잡화 등 백화점식 상품 구성에 영화관과 할인점·요식업체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업종을 결합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이 한 달에 2, 3개씩 생겨나며 집단 상가의 해체를 부추기고 있다.

 상가 분양전문 온상가(http://www.onsangga.com)에 따르면 한달 평균 40개의 복합 상가가 분양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전·PC·통신기기를 전문으로 취급하거나 다른 상품과 동시에 취급하는 복합 쇼핑몰이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자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며 싸게 판매하는 재래식 집단 전자 상가의 메리트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용산상가에 가야만 구할 수 있거나 원하는 가격에 맞춰 살 수 있던 상품도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 지 오래다. 상가들이 집단적으로 밀집해있어 집객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용산 등 기존 상인들이 신흥 상권의 복합 쇼핑몰로 잇따라 이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물론 소비자들도 다양한 상품과 볼거리·놀거리·휴식공간을 동시에 갖춘 복합 쇼핑몰을 선호하는 추세도 크게 작용했다.

테크노마트 가전층 상우회장은 “김포에 새로 세워진 쇼핑몰로 상인이 대거 옮기는 것을 보고 테크노마트의 아성마저 위협받는 것 아닌가 생각됐다”며 “단일 품목이 한 곳에 모인 집단 상가는 더이상 경쟁력 있는 유통 방식이 아닌 것 같다”말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