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맞댔지만 눈은 못맞추고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증권선물시장 선진화 추진 실무작업반 구성

정부의 5·16 증시개편안이후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증시 통합 대책반이 구성됐지만 기관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어 한달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대책반은 현재 재정경제부 주관아래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에서 각각 5명, 코스닥증권시장·한국증권업협회·증권예탁원·증권전산 등에서 2명씩 그리고 부산시에서 파견한 1명 등 모두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책반 운영은 유관기관별 입장을 정리하고 빠른 시일내 합의안을 정리해 작업추진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재경부 정병기 서기관은 “정부가 연내에 관련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 실무반은 유관기관들의 불안감과 혼돈 방지를 위해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 안을 도출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책반에는 통합대상 기관 즉,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는 만큼 처음부터 기관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려 현재까지도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5·16증시개편안에 대해 당사자인 거래소측은 찬성, 선물거래소는 유동적, 코스닥시장은 반대 입장을 펴왔다. 이에따라 개편안의 핵심인 증시·선물 통합안에 반대하고 있는 코스닥증권시장과 한국증권업협회의 경우 실무반 회의를 사실상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개진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물거래소도 선물시장의 독자성 보장과 내년 1월 주가지수 선물·옵션의 완전 이관 등을 선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증시통합이 유리하고 판단하고 있는 거래소 역시 정부 개편안을 적극적으로 밀어부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책반 운영은 빠른 통합안 도출과 합리적 대안 마련보다는 기관별 득실 계산에 보다 주력하는 양상이다.

 이같은 상황은 증시통합 대책반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코스닥위원회의 경우 지난달 ‘M&A활성화 방안’ 마련에 이어 ‘코스닥기업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통합 흐름과는 무관하게 코스닥시장 자체의 선진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다른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코스닥증권시장 역시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목소리 높이기에 나섰다. 부결로 끝났지만 증권업협회 노조는 지난 11일 ‘인위적 시장 통합 저지 및 코스닥의 독자적 운영 확보’를 위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통합안 마련을 위해 모든 증권 유관기관이 참가, 합의안 도출을 지향한다지만 자신의 주장이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해당기관들의 불만이 작업반 탈퇴나 노동조합을 통한 ‘행동’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관별 이해관계가 엇갈리자, 증시통합대책반 주변에서는 통합 합의안이 마련된다하더라도 효율성보다는 기관별 이해관계에 맞춰 밥그릇 챙기기에 더 치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관들 간 나눠먹기식 통합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책반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증시의 효율성이 최우선시돼야 하지만 합의안 도출 과정에서 각 기관 직원들의 고용 승계나, 사업부문 확보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통합추진과 각 기관들의 각자 이익 보호 원칙 등을 감안할 때 빠른 결과 도출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