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침체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장비·솔루션업계의 개발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네트워크장비업계를 비롯해 이동통신단말기 업계는 물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디지털방송의 열기를 타고 방송장비·솔루션업계에도 국산화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업계의 노력을 반영, 자체기술을 앞세워 국산화를 주도하고 있는 장비·솔루션업계의 시니어 개발자들을 발굴·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해 매주 화요일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
네트워크장비분야의 선두주자인 코어세스의 성장에는 이명수 부장(36)이 있다.
‘코어세스 신화’의 주역으로 불리는 이 부장이 코어세스에 입사한 것은 벤처붐이 한창인 지난 99년. 당시만 해도 안정적인 직장인 삼성전자를 떠나 이름도 생경한 코어세스에 둥지를 튼다는 사실에 주변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서 코어세스를 선택한 이 부장이 처음으로 손을 댄 분야가 ATM망에 연동되는 DS램개발이다.
당시 국내 ISP는 DS램 외산장비를 도입, 서비스지역 확대에 여념이 없던 때였다.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당시 개발한 제품은 이를 완벽하게 보완하기는 했지만 장비는 거의 팔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인지도가 낮은 코어세스의 장비를 구매하지 않은 탓이죠.”
이 부장은 이를 계기로 전혀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렸다. 당시 가능성 있는 산업으로 떠오르던 것이 ADSL. 이 부장은 이 시장에 주목, WAN 포트를 IP로 하는 DS램을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바로 IP 베이스의 DS램이다.
“이 제품은 특히 ADSL 시스템 구성시 네트워크 접속서버를 배제한 상태에서 ADSL 접속장치를 기존 인터넷망에 직접 접속하고 가입자의 접속과 인증 및 트래픽 처리를 지역 망으로 분산, 기존 망에서 문제시되던 트래픽의 집중과 지역망 구성의 어려움을 해결한 것이죠. 비용 역시 ATM 기반의 서비스망보다 3배 이상 비용을 다운시켰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수요처. 국내에서는 이 장비의 장점을 알아주는 사업자가 없었다. 검증되지 않은 장비라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중국과 일본을 뛰어다니면서 노력한 결과 대박을 터뜨렸다. 일본 소프트뱅크BB를 통해 일본 최대 통신사업자인 NTT에 장비납품을 시도했다. 1년여에 걸쳐 장비의 성능개선은 물론 품질과 관련된 수많은 규격을 맞춘 끝에 지난 2001년 마침내 성사됐다. 물량 규모는 220만포트, 금액으로 1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네트워크 장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오른 순간이었다.
이 부장은 “오직 기술에만 매달린 결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며 오늘도 새로운 장비개발에 온힘을 쏟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