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 시장의 영역이 파괴되고 있다.
특정 분야의 경우 단일 기업이 많게는 80%까지, 적게는 40% 점유율을 기록하며 엄청난 지배력을 구사해온 스토리지 시장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업체간 전면전이 펼쳐지고 있다.
스토리지 전문기업으로 절대 강자의 위치에 있는 한국EMC가 히타치 진영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또 한국HP나 한국IBM과 같은 중대형컴퓨팅 업체들이 스토리지 사업을 강화하면서 이 시장이 컴퓨팅업계의 최대 격전지로 변했다.
이들 메이저 업체들은 DAS((Direct Attached Storage)·SAN((Storage Area Network)·NAS((Network Attached Storage)·디스크·테이프 드라이브·2차 스토리지·관리솔루션 등을 모두 공급하는 ‘토털 스토리지 공급 업체’로 변신하기 위한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영역과 경계가 없는 전면전=테이프 드라이브 위주로 사업을 펼쳐 온 한국스토리지텍은 올해 디스크사업을 공개적으로 천명, 디스크시장으로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집드라이브나 개인용저장장치 전문기업으로 알려진 아이오메가(국내 디지시스 총판)는 NAS 장비를 출시하며 기업용 스토리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다른 한쪽에서는 하이엔드 시장 위주로 사업을 펼쳐 온 스토리지 전문업체들이 저가형 장비를 기반으로 한 중소·중견기업으로 수요처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한국EMC·한국IBM 등과 같은 메이저 업체들도 PC에서 사용되는 IED방식의 ATA기술을 적용한 중저가형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공략에 나섰다.
향후 스토리지 시장을 주도할 SAN·NAS와 같은 네트워크 스토리지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맥데이터와 브로케이드가 황금분할하고 있는 SAN 스위치 시장은 시스코·노텔네트웍스와 같은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장비를 출시함에 따라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SAN 스위치 시장의 경쟁상황은 무엇보다 아직까지 고가의 장비로 알려진 스위치 장비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시장확대의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네트워크어플라이언스 같은 전문기업이 주도해온 NAS 시장도 한국EMC나 한국HP와 같은 메이저 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 영업을 강화하고 있어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IT 침체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진출하는 외국업체나 국산제품으로 승부하고자 하는 국내 신규 기업들의 발걸음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테이프 드라이브 전문기업인 ADIC은 올 초 지사를 설립, 한국스토리지텍 주도의 테이프 시장을 정조준했다.
애플컴퓨터코리아는 레이드 장비를 출시하며 올해 스토리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최근 한국인 지사장을 중심으로 조직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델컴퓨터도 서버·스토리지 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가격 경쟁 치열해질 듯=스토리지 시장의 이같은 상황은 스토리지가 IT 품목 중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국IDC는 ‘한국 IT전망:2002∼2006’ 보고서에서 지난해 국내 IT시장 규모는 IT 서비스와 스토리지 분야의 성장에 힘입어 2001년 대비 9.8% 성장한 115억5000만달러(14조4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중 스토리지 시장은 약 750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한국IDC는 올해 국내 IT시장 성장률을 13.4%로 보고 이와 같은 성장률을 주도할 분야로 IT 서비스와 함께 스토리지를 지목했다.
전체 공급물량을 기준으로 한 시장규모는 크게 늘지만 이에 비해 실제 매출액 증가는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스토리지 시장 역시 전년대비 공급 물량 기준으로 50% 성장했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10∼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타 분야가 부침을 거듭하는 것과 달리 스토리지 시장이 그나마 성장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남에 따라 데이터 저장을 위한 스토리지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스토리지 시장은 통신·금융권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CRM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일반 수요가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미은행이나 농협, 국민은행 등의 차세대시스템은 유닉스 기반으로 다운사이징될 것이 유력하며 이에 따른 SAN 기반의 스토리지 수요가 기대되고 있다.
◇이기종 스토리지 관리 부각=이기종 스토리지에 대한 효율적 관리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스토리지 관리는 단연 이기종 장비에 대한 효율적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리의 통합만이 복잡한 이기종 환경의 관리를 단순화, 자동화할 수 있다. 비용절감 효과는 물론 생산성과 유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만큼 스토리지 통합의 중요성이 계속 부각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향후 스토리지 시장은 관리 소프트웨어 분야를 어떤 업체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스토리지 관리 솔루션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IDC는 ‘국내 인프라관리소프트웨어(IMS) 시장전망 및 분석 2002∼ 2007’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국내 관리 소프트웨어 시장은 2180억원 규모를 형성했으며 전년대비 28% 성장한데 이어 올해는 28.5%의 성장세로 2800억원대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IDC는 또 2007년까지는 5200억원대의 시장규모를 예상했다.
가트너그룹은 스토리지 관리를 위한 3개 영역인 인프라, 데이터관리 및 스토리지자원관리(SRM)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스토리지 관리 시장은 49억달러에 달했으며, 오는 2006년까지 15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토리지 이중화 및 가상화 부분에 대한 성장이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01년 이중화 부문은 스토리지관리시장의 23.7%를 차지했고 2006년에는 38.3%로 증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스토리지 전문업체, 컴퓨팅업체, 관리솔루션업체 등이 이 부문의 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신규 업체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팔콘스토어나 데이터코어와 같은 스토리지 전문 솔루션 업체들이 국내에 진출,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아라리온·유니와이드·넷컴스토리지 등 10여개의 국산 전문업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국산 제품과 솔루션을 출시, 국내외에서 선전하고 있어 주목된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