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외 평가 요인들
30대 중반으로 외국계 회사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 여성메니저가 있었다.
자신이 회사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은 그녀의 남자 동료 급여명세서를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면서부터였다.
회사동료 가운데 실제로 가장 많은 실적을 내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왔기 때문에 그녀의 능력에 대한 의문의 여지는 없었다. 계속해서 그 회사를 다닐 수가 없을 만큼 실망과 배반감을 갖게 되었으며 최고경영자의 뒤늦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쟁회사로 가게 되었다.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는 전직장에서 받았던 연봉의 2배 수준으로 결정되어 처음엔 쌍방간에 매우 만족한 조건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이 여성 메니저는 다시 그 회사를 떠났고 현재 6개월째 재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수많은 실업인구에도 불구하고 좋은 인재를 채용하려는 기업현장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로 치열해지고 있다. 인재의 중요성에 대한 의견들이 매일같이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고 다양한 종류의 경영지침서 가운데는 좋은 인재와 관련한 책들이 가장 흔히 보이는 것이 필자만의 느낌일까. 앞에서 소개된 사례는 이러한 상황속에서 좋은 인재를 고용한 적이 있는 두 회사의 경우로 인재채용이나 관리에 있어 중요한 실수가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첫번째 회사는 좋은 인재의 필요성에 대한 자각이 적었거나 내부 조직원간의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오래가지 않아 그러한 인재를 채용하거나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될 것이다. 더많은 비용과 경영의 손실을 겪은 후에 확고한 교훈을 얻게 된다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교묘하게 작동하고 있는 남녀차별이나 사내인맥, 주류 또는 비주류로 일컬어지는 파워 라인(Power line), 정치성향이 강한 조직 구성원간의 바람직하지 않은 술수와 책략 등이 있지 않은지 정기적으로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심각하게 조직을 진단해 보아야 할것이다. 그녀가 근무한 두번째 회사는 아마도 인재의 중요성을 첫번째 회사보다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재를 고용하는 데 있어 파격적인 대우를 해줄 만큼 보유능력이나 장래의 예상 기여도 등에 충분한 확신이 있었고 그 결과로 최상의 조건으로 그녀를 고용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1년만에 그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두번째 회사도 좋은 인재의 확보에 또 한번의 실패를 경험한 셈이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이후 새로 채용한 후보자도 5개월이 안되어 퇴사했다는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고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사실 그 회사는 최종적으로 채용예정자를 확정하는 데 있어 매우 분명하고도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는데 직접적으로 업무능력에 관련된다고 믿는 것(과거실적, 학력, 경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채용조건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 개인에게 있어서도 가치관이 확립되어있지 않으면서 어떤 목적(목표)도 세우지 말라는 말이 있다.
더군다나 회사의 문화나 기업조직이 가진 진정한 가치관이 분명하지 않거나 있다고 해도 구성원들간에는 단지 피상적인 헛구호로만 여겨지는 기업이라면 결국 아무리 좋은 인재도 오랫동안 함께 가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히 좋은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기업이라 해도 인재를 능력만으로만 판단한다면 마찬가지로 스스로 기업의 다양한 요구와 문화를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으며 그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인사담당자는 회사와 신규 고용자의 가치관이 잘 조화되거나 맞을 수 있는지에 보다 적극적이고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어렵다고해도 인재확보시에 이러한 노력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한 결과로 고용되는 좋은 인재가 회사의 최고 기여자로서 남게 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안병공 <서울써어치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