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시장 주도권을 놓고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음악업계가 제각각 유료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하나둘씩 탈출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현재 온라인시장의 주도권은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 진영과 만인에미디어 진영의 치열한 세 싸움과 여기에 독자 진영 등 3개의 군이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독자적으로 유료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하지만 3개 진영 모두 아직까지 시장을 이끌고 갈 만한 힘이 실리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유료화라는 전제에는 동의하지만 음반사 내부적으로도 회원사간 입장차이로 언제 어떻게 새틀이 짜여질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회사 이해관계에 따라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음악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3개 진영의 세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 진영=음제협을 중심으로 음반사 82개, 온라인음악사업자 9개사가 뭉쳤다. 음반사를 대신해서 음제협이 유무선 사업자에 음원 사용허락을 내주고 사용료를 중간에서 받아 음반사에 분배한다는 것이 기본 그림이다.
현재 82개 음반사가 동참했으나 동아뮤직·지구레코드와 등 오래됐거나 영세한 곳이 대부분이다. 음제협이 신탁관리할 음원이 숫적으로는 많을지 몰라도 음악을 온라인으로 듣는 수요층(10∼30대)의 관심을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뒤따르고 있고, 음원을 직접 관리하기 힘든 영세한 음반기획사의 가담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음제협 진영이 ‘서비스 유료화’에 불을 당긴 것은 인정할 만하다. 맥스MP3를 비롯해 푸키·렛츠뮤직 등 음악서비스 9개사가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전면 유료화를 시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음반사 허락없이 음원을 사용한 음악사이트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비난도 제기하고 있으나 ‘선 시행, 후 정산’의 묘미로 비난을 해소시키겠다는 것이 음제협의 기본 입장이다.
◇만인에미디어 진영=대영에이브이·예당엔터테인먼트·YBM서울음반·미디어신나라 등 4개 메이저 음반유통사와 40여개가 넘는 음반기획사가 소속돼 있다. 일명 반음제협 진영이다. 원래 음반사협의회와 기획사협의회에서 음원을 통합관리하는 대리중개회사로 만인에미디어를 선정했으나 지금은 두 협의회가 해체되고 만인에미디어와 개별적으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만인에미디어 진영은 벅스와 맥스MP3 등 그간 음반사 허락없이 서비스를 해오던 사이트(CP)에는 음원을 주지 않는 대신 저렴한 가격의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서 누구나 쉽게 음악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데이콤·KT 등 ISP와도 연계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만인에미디어 진영의 가장 큰 숙제는 적법성 여부다. 만인에미디어가 표방하고 있는 사업이 저작권법상 대리중개의 업무영역을 벗어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 진영=도레미미디어·SM엔테터인먼트는 독자 노선을 표방한 대표적인 음반사. 음원을 대리중개나 신탁기관에 맡기지 않고 직접 관리하겠다는 심산이다. 특히 이들은 온라인음악사업에도 직접 진출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두 회사의 기본 구상은 각사가 보유하고 있는 음원을 1차로 서비스하되 타사의 음원은 인맥을 활용하거나 만인에·음제협과 같은 창구를 통해 수집한다는 것. 만인에나 음제협의 경우 합법 음악사이트에 대해서는 음원 이용허락을 내줄 방침이기 때문에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이와 별개로 만인에미디어 진영에 포함돼 있는 예당엔터테인먼트도 온라인음악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시기는 이달 중순에서 말경으로 ‘클릭박스(http://www.clickbox.co.kr)’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된다. 예당 역시 타사의 음원을 확보하기 위해 제휴 범위를 늘리는 한편 포털사이트인 코리아닷컴에도 입점키로 계약을 맺은 상태다. 초기 서비스곡은 10만곡, 월정액 3000원이다.
◇벅스뮤직, ‘나는 무료’=여타의 CP들이 음제협과 함께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과 달리 벅스뮤직은 여전히 ‘나 홀로족’으로 남아 있다. 벅스뮤직은 “문화부가 정한 음원 이용료 정책이 현실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유료화’라는 것은 기업의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인데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의 일환에서 온라인 음원 이용료와 관련한 원가분석을 외부기관에 의뢰한 데 이어 음악 스트리밍을 방송(보상청구권)으로 분류해줄 것을 국회에 청원할 계획이다.
상당수 음악사이트가 다음달 1일부터 전면 유료로 바뀌면 벅스뮤직이 당장 수혜주로 떠오를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음반사와 CP들이 벅스뮤직에 등을 돌린 상태에서 벅스뮤직이 계속해서 골리앗으로 남을지는 미지수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