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 시장에 도전한다.’
클러스터 기술이 슈퍼컴퓨터의 향후 핵심 기술로 자리잡아감에 따라 이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슈퍼컴퓨터 시장으로의 진출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일본이나 미국 등 IT 선진국처럼 자국 기술로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를 발주해 국내 기업들이 슈퍼컴퓨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내놓을 때가 됐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클러스터라면 도전해볼 만하다=클러스터의 확산을 계기로 국내 기업이 슈퍼컴퓨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전망은 결코 비약이 아니다. 클러스터 기술을 활용해 1, 2웨이 IA서버를 수백여대 이상 연결, 대형 슈퍼컴퓨터를 구현하는 것은 외국에서는 일반화된 일이다. 전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를 집계하는 톱500(http://www.top500.org) 상위권에 클러스터 슈퍼컴퓨터가 자리잡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시장에서도 클러스터 슈퍼컴퓨터의 등장은 이미 현실화됐다. KISTI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512CPU 수준의 클러스터 프로젝트야말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대규모 클러스터 프로젝트인 데다 외부 상용서비스를 위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이미 국내 클러스터 전문기업들이 중대형 서버업체와 컨소시엄을 형성, 프로젝트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KISTI 슈퍼컴퓨터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상산 박사는 “차기 KISTI 슈퍼컴퓨터 도입은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절반 정도가 클러스터에 투자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슈퍼컴퓨터 시장에서도 클러스터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기술 트렌드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박사의 말을 CPU 기준으로 바꾸면 결국 전체 규모의 80% 정도를 클러스터로 구축하게 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슈퍼컴퓨터가 클러스터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어떤 업체들이 활약하고 있나=현재 국내 클러스터 시장은 렌더링이라는 특화된 영역에서 클러스터 슈퍼컴퓨터 ASP 서비스로 시작한 이파워게이트를 비롯해 클루닉스·엔솔테크·리눅스베이·샌디아시스템즈·팝아트컴퓨터 등 10개사 이상이 활약하고 있다. 표 참조
또 서버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외국시장을 주 무대로 활약하고 있는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포스데이타 등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학교나 연구소 단위에서 시작된 클러스터 슈퍼컴퓨터 구축 준거사이트를 수십여개 확보하며, 국내 클러스터 시장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올해만도 중앙대학교 디지털콘텐츠리소스센터가 구축한 클러스터 기반의 ‘랜더팜’이나 최근 마무리된 국립과학환경연구원의 리눅스 클러스터 시스템 기반의 ‘유해화학물질안전관리시스템’ 등 주목받은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국내 기업들이 수주했다. 일부 중대형 서버업체는 클러스터 프로젝트가 대규모화되자 국내 전문업체와 파트너 전략을 적극 추진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클러스터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전망=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상임위원회에서 “국내 기업이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오히려 역차별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클러스터 기술이 상용화되는 것을 계기로 정부가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컨소시엄 형태로 국내 기업이 참여할 기회를 열어주자”고 주장했다. 박 의원의 주장은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조차 자국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슈퍼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해 ‘명분’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발주하며 민간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시사하는 바 크다.
이와 관련, 기상청 이동일 슈퍼컴퓨터센터장은 “당장 도입해야 하는 2호기에서 국내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어렵지만 기상·해상·환경 등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시뮬레이션 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나라마다 일어나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기업들에 참여 기회를 만드는 것은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틈새 시장 전략으로 시작된 국내 클러스터 전문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때가 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특히 슈퍼컴퓨터의 특징이 공공 프로젝트 성격이 강한 만큼 발주기관이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 경우 도전해볼 만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배영주 이파워게이트 사장은 “대형 벤더만이 할 수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국내 기업의 기술력을 냉정히 평가하는 발주처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며 “국내 업체들도 특화 기술로 제대로 승부해보겠다는 각오를 다질 때”라며 견해를 피력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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