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업계 `전자거래 흔들기` 파문

 전자상거래 분야를 겨냥한 신용카드업계의 일련의 조치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5월 기습적으로 수수료와 카드대금 지급기한을 연기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전자거래 승인 방법까지 변경해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카드업계는 안전한 전자상거래 정착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전자상거래업계 및 지불결제대행(PG)업계는 카드사의 ‘횡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전자거래업계 옥죄기=국민카드는 이번주부터 전자상거래를 통한 신용카드 결제시 승인방법을 일부 변경키로 전격 결정했다. 온라인 쇼핑을 비롯해 모든 전자거래시 30만원 이상을 결제할 때는 카드사용자가 ‘전자상거래 이용 예정 고객’임을 국민카드 측에 통보해야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승인방법을 바꿔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30만원 이상 온라인 거래를 원하는 소비자는 국민은행 사이트에 접속해 이용등록을 추가로 하거나 ARS 전화 후 상담원에게 전자상거래를 이용할 것임을 알려줘야 한다. 또 통보 후 한시간 이내에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져야 하며 시간이 경과하면 재등록해야 거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교체했다. 이에 앞서 LG카드와 BC카드도 최근 PG업계에 50만원 이상 거래 고객에게는 해당 사업자인 쇼핑몰과 별개로 거래상황을 의무적으로 통보하고 확인해 줘야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카드업계의 의도=국민카드 측은 이번조치를 ‘정상적인 전자거래 정착을 위해 불가피한 보안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매출이 줄더라도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건을 포함해 전자상거래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일련의 조치는 물론 카드업계의 어려움에 따른 것도 있지만 PG업체에 대한 불신도 작용하고 있다. 회사 규모나 신용도, 심지어 비즈니스 자체 까지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카드사는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로 점차 역할이 커지고 있는 PG업체를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면서도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한 중소형 후발업체는 전혀 ‘믿음’을 주지 않고 있다. PG업체 ‘발목잡기’식의 일방향 정책이 잇따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수수료 인상도 일부 PG사의 정상 입금률이 낮은 데 따른 대응책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전자거래업계의 대책=전자상거래업계와 PG업계는 한마디로 뾰족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카드사의 수수료와 대금지급 연장방침 때에도 일부에서는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신용카드 업계도 연체율이 떨어지지 않는 등 자금 유동성에 구멍이 생긴 상황을 고려할 때 ‘수수료 인상과 대금지급 연장 불가’라는 PG업체의 입장 만을 고수할 수 없었다. 이번 국민카드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자거래의 규모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만 할 뿐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단지 이번 조치가 국민카드뿐 아니라 전 카드 업계로 퍼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PG업계는 “PG업체들을 아직도 카드깡업자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며 “카드사가 PG를 전자거래과정의 필수 분야로 이해하고 사업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전자상거래 업체도 마찬가지다.

 ◇업계 파장=카드업계가 취한 일련의 전자거래 ‘옥죄기’식 조치가 문제가 있는 것은 전자상거래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승인방법, 여기에 수수료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은 전자상거래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외면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통한 ‘전자상거래 선진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신용카드사의 ‘책임 떠 넘기기’식 방침에 관련업계가 공동으로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