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시리얼 ATA 컨트롤러 4종
분석:김영로 tester@computer.co.kr
빠른 성능이 강조되는 컴퓨터에서 가장 느린 부품을 찾는다면 무엇일까. 하드디스크가 바로 그런 제품일 것이다. 대부분의 동작을 전기적으로 처리하는 부품과는 달리 디스크를 회전하는 물리적인 작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하드디스크는 느릴 수밖에 없다.
표준처럼 쓰이는 EIDE 방식의 하드디스크 역시 DMA-33의 규격을 시작으로 DMA-66·DMA-100 등으로 꾸준히 전송속도를 높여왔다. 맥스터가 주도한 ATA-133 등 새로운 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변화라기보다 개선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큰 변화를 주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세대 하드디스크의 표준 인터페이스로 시리얼(Serial) ATA가 최근 각광받고 있다. 초당 최고 전송량이 150MB로 넉넉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얇고 단순한 케이블을 사용한다는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최근 선보인 865·875 주기판은 ICH5(IO Controller Hub)를 써서 기본으로 시리얼 ATA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시리얼 ATA는 단순한 하드디스크 인터페이스로서의 의미를 뛰어넘어 PC규격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시리얼 ATA는 지금의 ATA를 바꾼 것이다. ATA의 정확한 이름은 ‘AT Attachment’며 같은 뜻으로 쓰이는 IDE(Integrated Drive Electronics)는 ATA 방식을 고안한 회사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웨스턴디지털의 주도로 이를 개량한 E-IDE이 선보였다. 그 다음의 ATA-2와 ATAPI·패스트-ATA 순으로 표준이 만들어졌으며 이 가운데 패스트-ATA는 시게이트와 퀀텀에서 만들었다. 모두 약간의 기능을 더한 것이 대부분이다.
비교적 최근에 맥스터가 주도하고 있는 ATA-133은 하드디스크를 관리하는 LBA를 48비트로 늘려 이론상으로는 144PB(Peta는 기가의 100만배 단위)의 하드디스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전송속도에 있어서도 ATA-133은 이름처럼 133MB/s의 이론 전송률을 가지며 실제로는 최대 약 80MB/s 이상의 전송률을 나타낸다. 또한 지금까지 쓰던 기존 ATA-100과 호환성을 갖추고 있으며 케이블 역시 지금의 80핀 그대로다. 즉 ATA-133은 속도와 용량을 개선하면서도 지금의 ATA 방식과 호환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 기술을 개량한 것이므로 근본적인 한계는 있다.
시리얼 ATA·IDE·스카시 하드디스크.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만큼이나 다른 성능을 보여준다.
시리얼 ATA는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패럴랠 ATA는 16비트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전송속도를 높이기 위해 디스크 회전수를 높이거나 비트수를 높일 수도 있다. 문제는 무턱대고 디스크 회전수를 높이면 소음·진동·발열 등의 물리적 문제가, 비트수를 높이면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시리얼 ATA의 기본은 전송속도를 높이고, 대신 16비트에 따로 담아서 보내던 데이터를 잘게 쪼개 보낸다는 것이다. 물론 한 번에 전달하는 데이터 양은 작지만 전송속도가 빠르다 보니 결국 전체적인 전송속도도 빨라진다. 이는 직렬방식을 쓰는 램버스램과 병렬방식을 이용하는 SD램과 비슷한데 시리얼 ATA는 속도를 높인 램버스램에 해당하는 셈이다.
시리얼 ATA는 사용방법이나 구성에서도 패럴랠 ATA에 비해 많은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패럴랠 ATA에 비해 케이블 구성이 매우 단순하다. 따라서 연결하기도 쉽고 케이스 안쪽의 구성도 보다 깔끔해진다. 연결 케이블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패럴랠 ATA의 경우 케이블에 마스터와 슬레이브로 구분하면서 흔히 점퍼스위치로 마스터·슬레이브의 변환을 한다. 여기에 80선/40핀의 케이블은 취급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편이다. 핀을 꽂을 때마다 1번 단자를 살펴야 한다. 반면에 시리얼 ATA는 하나의 커넥터에 연결되는 하드디스크는 언제나 하나로 제한된다. 즉 복잡한 마스터와 슬레이브의 구분이 없다.
여기에 쓰는 도중 하드디스크를 뽑거나 꽂을 수 있는 이른바 핫스왑 실행도 문제없다. 물론 일반 하드디스크에서는 그다지 큰 장점이 아닐 수 있지만 언제나 연결해서 컴퓨터를 써야 하는 서버나 이동성이 중시되는 노트북 등에서는 제법 쓸모있는 기능이다. 이와 연결해서 주기판 역시 지금의 덩치 큰 EIDE입력단자 대신 작고 간단한 시리얼 ATA단자만 갖추면 되므로 결국에는 제조비용도 줄고 보드도 작고 간단해진다.
이런 시리얼 ATA를 쓰기 위한 컨트롤러 역시 이제 막 선보인 제품들이다. 뚜렷한 장단점이 있으므로 예산과 쓰임새에 따라 골라 쓰는 지혜가 필요할 듯싶다.
지금 선보인 시리얼 ATA는 그 첫 단계로 최고 150MB/s의 전송속도를 갖는다. 1세대 시리얼 ATA 또는 ATA150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는 전송속도가 점점 빨라질 전망이다.
근본적으로 시리얼 ATA는 이렇듯 주기판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인터페이스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리얼 ATA가 좋다 하더라도 이 때문에 주기판을 바꾸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따라서 시리얼 ATA를 쓸 수 있는 컨트롤러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시리얼 ATA 컨트롤러 4종을 모아 다른 점과 좋은 점을 알아보도록 한다.
<결론>
ICH5R와 어댑텍 시리얼 ATA RAID 1210SA가 가장 뛰어나다.
전체적인 실험결과는 ICH5R와 어댑텍 제품의 완승이다. 굳이 성능의 우열을 가린다면 싱글 구성에서는 ICH5R가, 레이드 구성에서는 어댑텍이 상대적으로 앞선 성능을 보인다.
ICH5R는 싸면서도 성능이 좋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ICH5R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성능에 값이 싸다는 것이다. 주기판에 기본으로 달려 있어 별다른 추가구성이 필요없다. 바이오스는 물론 윈도에서도 쉽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은 초보자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는 장점임에 틀림없다. 다만 워낙 여러 작업을 하는 까닭에 전용의 시리얼 ATA 컨트롤러에 비해 레이드 구성에서는 약점을 보인다.
레이드 구성에서는 최고의 성능을 보이는 어댑텍 시리얼 ATA RAID 1210SA.
어댑텍 제품의 경우 제품 자체의 성능은 어느 하나 흠 잡을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깝다. 실제 같은 칩세트를 이용한 다른 제품의 경우 성능문제로 기사화되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댑텍의 기술력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리얼 ATA 하드디스크를 이용한 레이드 구성에서 매우 만족할 만한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제품이 약간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성능에서 875 주기판에 기본으로 들어 있는 ICH5R를 압도하는 성능을 보이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저가형 보드에 시리얼 ATA 하드디스크를 레이드로 구성한다고 보기도 힘들다. 어지간한 주기판 하나 값에 맞먹는 비교적 비싼 가격이 가장 큰 약점이다.
상대적으로 프로미스의 경우 레이드 기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점, 하이포인트의 경우 하드디스크에 따른 편차가 심하다는 것이 상대적인 약점이다. 무엇보다 안정성과 성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