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D램에 대해 미 상무부가 최종적으로 내린 44.71%는 그동안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보조금으로 간주된 부분이 상당폭 축소돼 예비판정 때보다 12.66%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하지만 44.71%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하이닉스의 대미 직수출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그러나 현대증권의 우동제 연구원은 “상계관세가 지난 4월 57.37%에서 44.71%로 낮아진 것은 미국 정부와의 향후 타협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하이닉스반도체에 좋은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의 고율 상계관세 부과결정에 따라 하이닉스반도체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다음달 29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자국산업 피해유무에 대한 판결이 남아있다. 만일 ITC가 무혐의 판결을 내릴 경우 상무부의 이번 판결은 무효화되기 때문에 하이닉스반도체에 또다른 희망으로 작용한다.
ITC는 미국 내 D램업체뿐만 아니라 유관산업 전체에 대한 피해여부를 판정하기 때문에 브랜드 PC업계에 미치는 역작용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상계관세 판정영향으로 D램 미국 수출규모가 축소된다면 공급부족에 따른 D램 가격의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D램의 최종 소비자인 PC업체들의 제조단가가 높아지고 미국산 PC의 가격경쟁력 저하효과를 초래할 수 있어 미국 PC업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5대 메이저 PC업체들이 모두 미국업체인 데다 지난해 6월 PC업체들이 미 법무부에 D램업체들의 담합행위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사실 등을 고려하면 ITC는 산업피해 여부 판정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또 이번 최종 판정은 EU의 판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측 판정내용의 문제는 우선 채권은행의 상업적 판단을 부인하기 위해 추상적이고 증명하기 어려운 ‘신용불능(uncreditworthy)’ ‘투자불능(unequityworthy)’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당시 하이닉스의 신용등급(BBB-)과 신규대출을 시작한 미국계 시티뱅크의 존재, 지난 2001년 6월에 발행한 GDR의 성공 등에 비추어볼 때 이 주장은 근거가 미흡하다는게 우리 정부의 주장이다.
또 미국계 시티뱅크와 SSB가 채권은행단과 함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마련한 하이닉스의 채무조정계획을 명확한 증거자료 없이 정부가 주도한 것으로 강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의 환금성, 잔여 시장가치를 고려치 않고 출자전환 전액을 보조금으로 인정하는 등 ‘혜택’ 계산에 오류가 있고 2001년 10월에 있었던 채무 재조정은 청산가치와 존속가치의 크기에 대한 개별 채권은행의 인식이 다르고 이에 따라 상이한 의사결정이 이뤄져 일률적인 ‘보조금’ 지원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이 명백한 데도 이들 결정을 모두 보조금으로 간주한 점들을 들 수 있다.
EU집행위의 판정내용 역시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이닉스에 대해 미국과 마찬가지로 ‘uncreditworthy’ ‘unequityworthy’ 등 추상적이고 증명하기 어려운 개념을 사용하고 있고 외국계 은행이 채권은행단과 함께 마련한 하이닉스 채무조정 계획을 우리정부 주도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EU의 경우 시장이자율과 적용이자율의 차이가 아닌 융자금액 ‘전액’을 보조금으로 인정하는 등 ‘혜택’ 계산에 있어 미국보다 오류가 더 크다.
EU는 또 산업은행 신속인수채권의 절반 이상은 회사채담보부 증권(CBO),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의 방식으로 시장을 통해 소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조금으로 인정하고 있다.
향후 한국산 D램에 대한 최종판정은 미국의 경우 오는 7월 29일 ITC가 미국 산업피해 여부에 대해 최종 판정하고 EU는 EU특별위원회(실무급)와 EU이사회(각료급)를 거쳐 8월 24일 최종 판정할 예정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