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株 하이닉스 `유탄`

 하이닉스반도체가 17일(현지시각) 미 상무부로부터 고율의 상계관세를 맞았지만 반도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영업 타격은 피하기 힘들지만 예견된 것이어서 주가 반영이 어느 정도 이뤄진 데다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은 오히려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장비주들도 하이닉스가 지난 2001년 이후 대규모의 설비투자를 하지 않아 큰 타격을 입을 만한 업체들이 거의 없고 병행사업인 LCD 대규모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중장기 주가 전망은 나쁘지 않지만 18일 주식시장에서 반도체주들은 관세부과 발표의 충격을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하이닉스는 하한가까지 떨어진 5180원, 삼성전자는 0.84% 하락한 35만4000원으로 마감됐다. 반도체 장비·재료주들도 라쎔텍과 동진쎄미켐이 하한가까지 추락하는 등 낙폭이 컸다.

 ◇하이닉스 영업 타격은 피하기 힘들 것=미 상무부가 하이닉스에 44.71%의 상계관세를 부과한다는 판정 결과는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통보돼 7월 29일 자국 산업의 피해 유무를 최종 판결하게 된다. ITC의 판정이 나오면 8월 6일쯤 확정 상계관세 부과 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는 오는 8월 29일로 예정된 유럽연합(EU)의 하이닉스 상계관세 최종 판정(예비판정률 33%)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대만 등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결국 하이닉스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계관세 문제가 없는 동남아 저가격시장을 위주로 영업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증권 최석포 연구원은 “EU에서마저 고율의 상계관세가 확정된다면 하이닉스의 D램 판매 전략에 심각한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미 상무부의 이번 결정은 현재의 D램 가격 상승분위기에도 심리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에는 상당 부분 악재가 반영돼 주가에 주는 충격은 한정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증권가의 예상이다. 또 우회적인 수출 전략으로 미국 수출비중 25% 중 5∼10%는 상쇄시킬 수 있고 적극적인 대응전략에 따라 피해규모가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장비주는 삼성전자에 기대=하이닉스가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게 됐지만 삼성전자는 최종판정에서 미소마진(1% 미만)으로 상계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주가 측면에서도 반사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이닉스의 영업력 약화로 세계 제1위 D램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이닉스 파장의 가장 큰 관심사인 D램 가격에도 중립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강세를 유발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어 삼성전자 주가에는 중립 혹은 긍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반도체장비주들은 하이닉스 관련 악재보다는 삼성전자의 LCD 설비투자에 더 관심을 갖는 모습이다. 1분기에 이미 2조원의 투자를 집행한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는 12라인, TFT LCD, 시스템LSI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할 예정이어서 장비주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화증권 유승진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가 300㎜ 웨이퍼를 생산하는 12라인에 집중될 것”이라며 “최근 반도체장비업체의 주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아토, 오성엘에스티, 신성이엔지 등의 실적호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