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앞다투어 의욕적으로 도입했던 P2P기반의 e메일뱅킹서비스가 ‘계륵’으로 변질되고 있다.
개인대개인(P2P)간 대표적인 지불방식인 e메일뱅킹은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e메일 주소만 알면 송금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지난 3년전부터 각 은행들이 앞다투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서비스 개시 3년이 지난 현재 P2P기반 e메일뱅킹서비스는 e뱅킹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전락하고 있다. 이용자가 극히 적어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각 은행들은 잇따라 서비스 정리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 서비스는 지난 2000년 10월 벤처기업 메일캐스터(http://www.mailbanking.co.kr)가 국내 처음으로 개시한 이래 국민은행(http://www.npaykorea.com)과 신한은행(http://www.moneymail.co.kr)이 같은 해 12월에 도입했다. 이후로도 하나은행(2001년 2월도입), 외환은행(2001년 11월 도입) 등이 잇따라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뒤늦게 서비스에 나선 외환은행의 경우 올해초 사업개시후 불과 2년만에 서비스를 접었다. 외환은행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극소수에 불과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서둘러 과감히 정리했다”며 “현재 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타 은행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e메일뱅킹서비스가 부진한 이유는 국내의 경우 기존 온라인 송금수단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을 이용한 CD/ATM, 텔레뱅킹,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 여러 채널을 이용한 각종 조회 및 자금이체 서비스가 확고히 자리잡고 있어 e메일뱅킹이 끼여들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뱅킹의 경우 모든 국내 은행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용고객도 2000만에 이르러 고객들은 e메일뱅킹의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e메일뱅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롭게 변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심현정 메일캐스터의 사장은 “e메일-e메일뿐만 아니라 e메일-휴대폰 번호, e메일-메신저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게 될 경우 e메일뱅킹의 입지는 다시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P2P기반 e메일뱅킹서비스는 다수로부터 소액의 자금을 모집하거나 청구하는 데 편리하며 인터넷뱅킹에 가입하지 하지 않고서도 자유롭게 자금을 이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서비스초기에는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은행 입장에서도 서비스에 부과하는 수수료 및 가상계좌에 유지되는 현금잔고를 활용한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2005년이 되면 전체 전자지불의 3분의 1을 넘을 만큼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