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마니아]프로게이머 데위 이후 첫 결승전 진출한 김대호

“이제는 더이상 승리의 여신이 나에게 미소짓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거예요.”

 자타가 공인하는 ‘워크래프트3(이하 워3)’ 최고수.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결승에 오르지 못한 불운의 사나이 김대호(21)가 이번에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반드시 우승을 쟁취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예전에도 물론 최종 목표는 우승이었지만 이번 ‘HP배 워3리그’에는 처음 리그에 참여할 때부터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우선 주종족을 오크에서 나이트엘프로 바꿨다. 프로게이머가 주종족을 바꾼다는 것은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무기를 버리고 새로운 무기를 선택하는 도박과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김대호에게는 그 의미가 다르다. 그동안에도 리그에 참여할 때만 오크종족을 사용했을 뿐 배틀넷에서 연습경기를 할 때는 나이트엘프가 주종족이었던 것. 그로서는 이번 종족 변경이 내실을 찾겠다는 결단의 표현인 셈이다.

 김대호 자신도 “처음 오크족으로 리그에 참가해 오크유저로서 알려지는 바람에 계속 오크종족을 사용했는데 이로 인해 번번히 결승 진출 문턱에서 좌절해야하는 아픔을 맛봤다”며 “프로선수는 결국 우승을 못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이야기로 종족 변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승 고지를 향한 그의 노력은 ‘1주일에 320여경기’라는 엄청난 연습경기 횟수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김대호 자신은 “(내가) 미쳤어요”라며 한번 씩 웃는다. 1주일에 320여판을 하려면 하루에 45∼50판을 소화해내야 하는 강행군이다. 게임당 30분이 소요된다고 쳐도 거의 밤을 새워 연습을 했다는 얘기다. 그의 말대로 1주일 동안 이 정도의 게임을 소화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러나 이처럼 미친 듯 노력의 결과 그는 ‘만년 3위’라는 징크스를 깨고 결승에 올랐다. 그것도 최근 종족간 밸런스 조정을 이룬 패치 이후에 8강과 4강전에서 언데드와 휴먼을 차례로 물리치는 기염을 토하면서. 사실 이번 패치로 가장 손해를 본 종족은 김대호가 주종족으로 선택한 나이트엘프다. 건물이 일어서면 아머 타입이 일반 유닛처럼 바뀌고 주로 사용하는 마법 유닛인 탤론과 드라이어드도 엄청 약해져 가장 잘나가던 종족에서 암울한 종족으로 전락했다.

 반면 그가 상대한 언데드족은 이번 패치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종족이며 전통적인 강세를 보여온 휴먼은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런 그를 두고 주변의 전문가들은 “엄청난 양의 연습경기와 그동안의 관록이 이끌어낸 승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대 선수 종족이 오크라 부담이 크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할 거예요. 물론 지금의 상태로는 비슷한 실력을 갖춘 선수간 경기에서는 나이트엘프가 오크를 이기기 힘들죠. 그렇지만 프로게이머들 사이의 승패는 결국 상대적인 거예요. 상대방의 심리전에 말려들지 않도록 충분한 연습을 통해 필승의 전략을 만들어 내야죠.”

 지난주 4강전에서 결승 진출을 확정하는 승리를 따낸 이후 짧은 휴식기를 가진 김대호. 하지만 19일 우승을 다툴 상대 선수가 오크종족인 이중헌으로 결정되자 또다시 맹훈련에 돌입했다. 우승 고지에 오르기 위해.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