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통신사업 구조개편 힘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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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가 정홍식 텔슨전자 회장을 통신사업 부문의 구원투수로 영입, 그룹의 통신3강 전략이 회생 전기를 맞게 됐다. 정 통신사업 총괄사장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LG그룹 통신사업을 제대로 교통정리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 상당기간 LG그룹과 물밑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시기와 지위’의 문제만 남았을 뿐, 정 회장의 영입은 기정사실화된 결론이었다. 업계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신임 정 사장을 축으로, 데이콤-파워콤-하나로통신(두루넷)-LG텔레콤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신사업 구조개편 방향을 점치고 있다.

 ◇왜 정홍식인가=LG로서는 통신자회사의 활로를 위해 어떤 결단이든 내려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지난 수년간 3조원을 투자해 데이콤을 중심으로 유무선 계열사들이 각개약진을 해왔지만, 어느 곳 하나 자생력을 확신할 수 없는데다 자회사간의 시너지 효과도 이렇다할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는 전체 통신사업의 구도를 제대로 그리고 이끌 선장이 없었다는 게 LG그룹의 판단이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 사장은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등 통신부문 자회사의 출자관리와 사업시너지 효과 창출의 임무를 맡을 것”이라며 “탁월한 지도력으로 그룹 통신사업의 새판을 짤 것으로 기대되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들어 LG계열 통신회사들의 실적악화가 두드러지자 통신사업 구조개편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돼 왔으며, 정 사장이야말로 이를 책임지기에 적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구본무 LG 회장이 이달 중순 정 사장을 독대한 것도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정 사장은 기로에 놓인 LG 통신사업의 ‘머리’라는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은 셈이다.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LG그룹 통신사업의 교통정리와 자회사들의 경영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통신 자회사들의 현 경영진은 신임 정 사장의 친정체제 아래 새롭게 재편될 전망이다. 당장 박운서 회장의 거취가 관심사다. 박 회장이 그동안 유선 자회사(데이콤·파워콤)의 CEO로서 그룹 통신사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이번 정 사장의 ‘투입’으로 역할분담 내지는 역학관계가 주목된다.

 그룹의 통신사업 전략도 숨가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정 사장의 영입을 계기로 LG가 데이콤·파워콤·LG텔레콤 등 기존 자회사의 전열을 정비한 뒤 하나로통신, 나아가 두루넷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통신시너지를 겨냥한 구도가 거론됐다.

 LG그룹측은 부정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데이콤을 지주회사로 한 통신부문의 계열분리도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이날 그룹측 발표를 접한 정 신임 사장은 “아직 LG그룹과 구체적인 사업협의를 한 적은 없다”면서 “하지만 LG그룹의 통신사업이 어려움에 처한 게 사실인 만큼 그룹측과 정통부, 기타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홍식, 그는 누구인가

 정홍식 LG통신사업 사장 내정자(58)는 이론과 정책, 실무능력이 검증된 정보통신정책 전문가다. 국무총리실, 청와대 근무때부터 정보통신 정책입안에 참여했고 정통부로 옮겨와 정책국장, 정책실장을 차례로 역임, 국내 IT산업과 정보화 정책을 이끈 실무 주역이다.

국산 주전산기 개발에서부터 통신망 고도화, 통신 경쟁정책 도입 등 굵직굵직한 정책이 거의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동연 텔슨전자 부회장의 삼고초려로 지난 2000년 텔슨전자 회장에 부임, 민간기업 경영자로 변신한 후 시장에서의 검증도 받았다.

 정통부 출신 관료 중에서 조직과 업무를 손바닥에 놓고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을 갖췄으면서도 뛰어난 실무능력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정통부 재직시에도 부하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높았으며 아직도 따르는 정통부 직원들이 많다. 이 때문에 LG그룹은 물론 진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여타 통신기업들에도 ‘해결사’로 거론됐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일문일답

 다음은 정홍식 통신사업총괄사장 내정자와의 일문일답.

 ―통신사업총괄 사장직을 맡게 됐는데.

 ▲오늘 LG그룹이 이런 발표를 할지 전혀 몰랐다. 원래 예정에 없던 일인데, 텔슨 직원들을 통해 전해 들었다.

 ―구본무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안다.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거기서 나온 얘기는 전할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어떤 말도 해줄 수 없고, 그룹이나 정통부와 협의한 다음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

 ―LG통신사업을 어떻게 끌고갈 것인가.

 ▲조금만 기다려달라. 일단 LG의 통신사업이 힘든 게 사실이니까 어떻게든 그것을 해소하는 방향이 가야 하지 않겠나.

 ―소감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사실 별로 축하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떻든 책임이 더욱 부각되는 게 아니냐. 사업재편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을 두고 생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