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결과를 도용당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풀리지 않는 문제를 풀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최근 세계적인 권위지 ‘네이처 제네틱스’에 암을 억제하는 단백질 p38을 발견해 연구결과를 발표한 서울대 약학대학 김성훈 교수(45). 김 교수는 연구결과 발표까지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실험을 통해 암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발견했지만 이 단백질이 어디에서 정확한 작용을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우연히 p38이란 단백질의 존재를 알게 된 김 교수는 수수께끼를 푸는 작업에 착수했다. 연구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임상의사를 찾아가 슬쩍 물어보는 것은 일상생활이 됐다는 김 교수. 연구자가 마치 탐정 같다는 그다.
“전문가들은 연구결과를 조금만 설명해도 힌트를 얻어 재빠르게 연구를 진행합니다. 어렵게 얻어낸 결과를 순식간에 놓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거죠.”
김 교수는 p38을 규명하면서 이런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모델 생쥐를 통해 결과를 증명하려 할 때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에 실명을 감춘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봉착한 문제에 대한 힌트를 주는 대신 그가 직면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
연구결과를 보호하고 싶던 그의 노력으로 존스홉킨스대와 공동연구할 수 있는 성과도 거둬냈다.
“과학이나 연구는 그냥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성과를 인정받기 위해 과학자의 엄청난 사회 활동과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합니다.”
그는 국내 과학자들이 국제사회에서 네트워크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 과학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훌륭한 연구성과를 세계가 알아주길 기대하지 말고 부단히 국제적 연구자들과 협력하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연구결과에 대해 말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 과학자다. 또 휴대폰으로도, 연구실 전화로도 통화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기 전까지 그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연구를 위해 얻을 수 있는 실마리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영업사원의 정신으로 도전한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성과를 낼 때 다시 한번 만나자며 그때까지는 전화를 안 받아도 이해해 달라며 웃어보였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