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내지는 그룹장 타이틀을 단 LG그룹 계열사 부장들이 요즘 무더위속에서 식스시그마를 공부하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룹차원에서 경기침체 심화로 식스시그마 도입을 통한 비용절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그룹장 이상의 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블랙벨트(BB) 자격증 의무화 움직임이 LG전자·LG이노텍 등 그룹사로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
특히 ‘BB를 땄느냐 못땄느냐’를 인사고과의 핵심잣대로 재고 있어 LG 계열 그룹장들은 그야말로 ‘고3’ 수험생 입장.
LG전자 DDM사업본부(본부장 우남균 사장)는 연말까지 DCM사업부 등 사업부내 생산·기술·영업 등 분야의 그룹장들에게 BB 자격증을 따서 식스시그마 운동을 주도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심지어 BB 자격증 시험에서 떨어진 그룹장들은 내년에 보직을 면할 각오까지 하란 얘기마저 들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응시생 대비 BB 합격률이 평균 30% 미만이라는 점. 재수·삼수는 기본인 데다 시간은 6개월밖에 남지 않아 그룹장들의 긴장감은 더해가고 있다. 이는 기존 사내업무 문제점을 개선한 3가지 프로젝트를 수행, 실질적인 성과물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것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업본부 DCM사업부 A 그룹장은 “식스시그마 철학 중 하나가 뭐든간에 모든 프로세스를 통계화하는 것”이라며 “통계학 전공 덕에 공부하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다른 그룹장들은 문제발굴을 위한 통계학 공부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LG이노텍(대표 허영호)은 일찌감치 그룹장에게 BB 자격증 취득을 의무화했다. 특히 현재 BB 취득자가 40명에 불과하지만 내년말 무려 260명선으로 끌어올린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BB 대상자인 그룹장을 포함한 일부 고참들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LG이노텍 한 관계자는 “지난해 BB를 획득하지 못해 부장 승진에서 누락된 사람이 상당수에 달하고 그룹장에 임명된 부장들도 이번에 BB를 따지 못하면 인사고과에 커다란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작년대비 69% 증가한 1800억원의 비용절감을 위해선 BB 자격증 취득 독려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도 의무화 시기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어서 그룹장들의 체감도는 LG측과 비슷하다. 이 회사는 2006년부터 그룹장 등 신규 및 기존 보직간부에 대해선 BB 자격증 획득을 의무한다는 인사방침을 통보했다. 삼성전기 한 관계자는 “이에 앞서 올해부터 일반 직원들이 선호하는 해외주재원으로 파견할 경우 해당 자격조건을 그린벨트(GB) 이상 취득자로 한정한다”고 밝히고 있어 대기업 계열의 부품업종에서 식스시그마의 벨트 취득 의무화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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