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회의 중심체제냐 아니면 좌 자문회의-우 국과위 양축체제냐.’
향후 국가 과기정책의 틀이 어떻게 재편될지 주목된다.
국과위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범부처가 참여하는 과학기술 분야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과기부가 간사다. 과학기술자문회의는 글자 그대로 단순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청와대가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현’이란 국정과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최근 국과위 대신 ‘과학기술자문회의’의 손을 들어줬다. 국정과제 태스크포스의 일환으로 기능과 조직이 대폭 강화되고 관련법(자문회의법) 개정도 적극적으로 추진, 참여정부 과기정책시스템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청와대 의도대라면 사실상 자문회의는 과기정책의 새로운 추진 주체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우선 조직 면에서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고 김태유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사무국(사무처장)까지 직접 챙기는 것은 물론 과기부·산자부·정통부·기획예산처 등 4개 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가세한다. 전체 위원도 지금보다 3배 이상 늘 전망이다.
기능상의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고유기능인 대통령 자문 외에 과기정책 전반에 손을 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청와대와 자문회의 측은 이에 대해 ‘어디까지나 정책 아이디어 발굴 수준’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미 굵직한 주요 현안이 국과위에서 자문회의로 주도권이 넘어갔음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과기중심 사회 구축’을 위한 밑그림 작업을 주도하기 위해 별도 조직(국정과 제2조정관실)까지 설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최재익 자문회의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나 다른 부처 혼자하기 어려운 것을 우선 커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처별 사전조정 기능도 추가됐다. 이미 자문회의 사무국이 과기·산자·정통 등 3개 부처간 첨예하게 대립돼온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 프로젝트의 사전조정을 진두지휘 중이다. 국과위를 통한 사전조정이 산자부 등 일부 부처의 불만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자문회의를 대안으로 택한 것이다.
이쯤 되자 다급해진 것은 과기부다. 국과위 간사로서 별도 기획위원회까지 구성하며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의 사전정지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국과위 기능 강화를 위해 관련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온 과기부로서는 입장이 난처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자문회의의 기능과 위상을 놓고 법개정 과정에서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과기계간 논란이 예상된다.
문유현 과기부 정책실장은 이와 관련해 “현재 자문회의의 틀대로라면 국과위와 과기부의 입지 약화는 물론 행정시스템마저 무너질 것”이라며 “앞으로 법(자문회의법)개정 과정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청와대 정보과학보좌관실 장기열 행정관은 “국민경제자문회의가 강화된다고 국무회의가 위축되지 않듯 결국 운영하기에 달려 있다”면서 “국과위는 범부처적 정책의결을 맡고, 자문회의는 정책화 이전의 아이디어 발굴을 맡는 선에서 특화하고, 국과위는 당분간 과기부 중심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추구하는 과기정책 추진체계의 변화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자문회의-국과위-과기부’란 3대 축의 교통정리와 역할분담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