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정홍식 전 정보통신부 차관을 통신사업 총괄사장으로 영입함에 따라 LG의 통신3강 합류에 대한 기대감을 또다시 높였다. 정홍식 LG통신사업 사장 내정자는 정통부 출신관료 가운데 이론과 정책, 실무능력이 검증된 몇 안되는 정보통신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기때문이다. 이번 LG의 정 사장 영입은 특히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통신3강 정책 재검토 발언에 뒤이은 것이어서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LG는 지난해말 데이콤의 파워콤 경영권 확보로 통신3강 진입에 대한 기대를 한 껏 부풀렸으나 가시적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내 통신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번 정 사장 영입도 LG가 통신3강 진입을 위한 숙제를 풀었다기 보다는 이제부터 물꼬를 터 갈 수 있지 않겠다는 기대감에 불과하다. 또 진 장관의 시장원리 강조에 따라 더이상 정부에 기대기 어렵게 됐다는 상황 인식의 결과로도 해석된다.
LG는 그동안 통신3강 진입의 기본조건인 통신전문가 영입에 인색하고 통신인재 풀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 들어 미래의 정통부 장관으로 거론될 정도로 장래가 총망됐던 강문석씨를 LG텔레콤 부사장으로 영입한게 고작이다. 따라서 정홍식 사장 내정자는 그룹내 통신전략가를 충족시켜야하는 첫번째 과제를 안고 있다.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은 물론 내부적으로 통신부문의 인재육성이 실효를 거두려면 사실 정 사장보다도 LG의 자세변화에 달려있다. 정 사장 혼자만으로는 LG의 통신3강 안착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LG와 정홍식 통신사장 내정자가 풀어야할 숙제는 줄지어 서 있다. 당장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을 어떻게 끌어안느냐 하는 것은 LG의 통신3강 진입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LG는 1대 주주로서 신윤식 전 회장을 물러앉게 했지만 통신계열사와 연계한 사업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배주주가 아니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은 LG가 갖추지 못한 초고속 인프라와 6대 도시를 중심으로한 가입자망(시내전화)을 갖고 있다. 데이콤과 파워콤, 하나로통신이 연계되면 LG는 유선통신시장에서 KT와 더불어 2강 체제를 확고히함은 물론 유무선통신 통합환경에서 엄청난 파워를 발휘할 수 있다. 두루넷 인수는 케이블망을 기반으로한 초고속인터넷시장까지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효한 전략일 것이다.
기존 유무선 통신사업에 대한 투자강화도 필수조건이다. 데이콤은 올들어 파워콤과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갖가지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밑그림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LG텔레콤은 번호이동성 시행에 앞서 안정적인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정부에 단말기 보조금 차등지급을 몇차례씩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면적인 재투자없이는 이들 LG의 유무선통신 대표주자가 한치 앞을 제대로 내딛기 어려운 형국이다.
문제는 LG의 의지와 자금력이다. LG는 이미 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LG애드를 외국기업에 매각하는 등 자금동원력을 많이 써 버린데다가 LG카드 정상화라는 당면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더욱 LG의 통신3강 진입은 그룹의 의지가 요구된다. 그나마 제대로 된 통신선장을 앉혀놓은 것은 LG의 의지를 대내외에 밝히는 계기로 이해된다. LG는 이제부터 시장경쟁 기반을 스스로 갖춰야만 정부의 유효경쟁 정책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할 것이다. LG의 사업 우선순위가 다시한번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