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행정편의적 카메라폰 규제

 카메라폰의 오·남용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정부는 “카메라폰 사진 촬영시 빛을 발산하거나 신호음을 내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메라폰이 목욕탕이나 수영장 등 공공장소에서 몰래카메라로 사용되는가 하면 정부나 기업의 정보를 유출하는 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실제 일본이나 호주 등에서 이같은 이유로 카메라폰은 공공장소 등에서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정부는 또 디지털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의 오·남용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통가 뒤늦게나마 카메라폰 등에 대한 부작용을 인식하고 서둘러 종합적인 대책마련에 들어간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사진 촬영시 휴대폰에서 빛이나 신호음이 나오게 해 카메라폰의 오·남용을 막겠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공의 안전과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소지가 있는 장소에서 카메라폰 사용을 금지하고 법규를 통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을 신호음과 같은 기계적인 조작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안일하다.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를 하드웨어적으로 풀려다보니 부작용도 없지 않다. 휴대폰업계는 “정부가 산업적인 고려없이 규제의 칼만 세우고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카메라폰은 카메라모듈 등 부품가격이 비싸 가격을 맞추는 데 애를 먹고 있는데다 보조금 규제와 SK글로벌 사태에 따른 시장침체로 판매마저 예상보다 저조하다.” (S사 관계자)

 한마디로 산업적인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카메라폰 규제가 보조금 규제 이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를 제외한 휴대폰업체의 수익률은 형편없다. 내수시장의 침체도 휴대폰업계 실적부진의 한 요인이었다. 물론 산업보다 공공의 이익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다고 산업을 배제할 순 없다. 공공의 이익과 산업계 모두를 살릴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