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이닉스반도체 임직원들은 미 상무부의 상계관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미국 측으로부터 한장의 서한을 받고 또 다시 경악에 휩싸였다. 문제의 서한은 한국 언론에 실린 최근 하이닉스의 회사 운영에 관한 보도에 대해 해명성 자료를 보내달라는 것. 하이닉스 미국 변호사가 미국 정부와 마이크론 측의 지적에 해답하기 위해 요청한 서한의 내용은 이렇다.
‘한국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하이닉스가 DDR400 메모리에서 남다른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고 생산능력까지 확대하는 등 여전히 잘나가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한 근거를 밝혀라.’
하이닉스 측은 미국 측이 해명자료를 전달받아 다음달 29일로 예정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산업피해 여부 판정에 근거자료로 사용할 것으로 관측하고 긴급히 반박내용을 회신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 마이크론이 해당국의 언론까지 일일이 뒤지며 하이닉스를 공격하기 위한 꼬투리를 잡느라 주도면밀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유럽과 대만, 일본의 경쟁업체들까지 연대하자며 각종 협력관계까지 들추며 동조를 요청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D램시장에서 마이크론보다 앞선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투자가 부족했지만 D램 제조 및 공정기술과 시장예측 능력에서 앞서면서 주력시장으로 떠오른 DDR 메모리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하이닉스가 스스로 닦은 기술경쟁력이 마이크론과 미국 D램산업에 피해를 준 것일까? 기자의 눈에는 이번 사안만큼은 마이크론이 시장예측을 잘못해 주력제품을 제 때에 못내놓는 과오를 외부로 돌리려는 억지 핑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근까지 연속 10분기째 적자가 예상되는 마이크론은 이에 대해 또 하이닉스가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우길지도 모른다. 자유무역주의를 내세우는 미국 정부와 마이크론은 더 이상 ‘강대국의 힘’을 앞세워 통상압력을 가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디지털산업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