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인 피플소프트에 대해 63억달러의 적대적 인수를 제의한 오라클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엘리슨이 24일(현지시각) 인수가격을 또다시 올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미국 주 법무담당자들이 오라클-피플소프트 인수·합병(M&A) 문제와 관련, 반독점법 위반문제를 다루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으며 오라클·피플소프트 제품 사용자들도 각각 합병 찬성·반대를 표명하며 대립양상을 보였다.
◇엘리슨 3차 인수 시사=엘리슨은 이날 런던에서 열린 고객사와의 간담회에서 “인수가격을 주당 19.50달러로 상향조정한 2차안은 피플소프트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차안이 최후통첩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피플소프트는 현재 엘리슨의 2차 제시액도 너무 적다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오히려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JD에드워즈의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오라클이 피플소프트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인수가를 한번 더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 각주 사법담당자들 첫 논의=코네티컷주가 지난주 오라클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24일에는 텍사스주 등 오라클의 피플소프트 인수를 반대하는 각 주 법무 담당자들이 첫 회의를 갖고 오라클-피플소프트 합병이 독점문제를 유발하는지 논의했다. 피플소프트의 공공고객인 텍사스주의 법무장관 마이크 비에스카는 회의를 주재했으나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오늘 회의는 사실을 규명하는 1라운드에 불과하다”고만 밝혔다. 한편 미국뿐 아니라 오라클·피플소프트와 경쟁하고 있는 독일 SAP의 근거지인 유럽연합(EU)도 양사간 합병과 독점 문제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들도 입장차=피플소프트 제품 사용자들(유저)인 ‘퀘스트’가 “오라클의 M&A를 반대한다”고 23일 밝힌 데 이어 하루 뒤인 24일에는 오라클의 고객모임 ‘애플리케이션 유저그룹’이 “우리는 합병을 찬성한다”고 천명, 양사 고객들도 첨예한 입장차이를 나타냈다. 아서 헌트 오라클 고객모임 대표는 “합병이 오라클의 고객기반을 확대할 것”이라며 “우리 모임에는 전세계 2000개 기업과 포천 100대 기업 중 25%가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퀘스트의 한 관계자는 “합병은 고객의 선택을 축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퀘스트에는 2000개 기업과 5000명의 개인이 회원으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