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녀삼총사2:맥시멈 스피드
쭉쭉빵빵 세 명의 미녀가 돌아왔다. 마초들을 공중 이단 옆차기로 단숨에 잠재우며 여성들의 대리욕망을 충족시키는 ‘미녀 삼총사’의 원제는 ‘Charlie’s Angels’이다. 한글 제목은 단순하지만 핵심을 짚어내고 있다. ‘미녀 삼총사2’의 원제도 ‘맥시멈 스피드’와는 전혀 관련없는 ‘Charlie’s Angel2:Full Throttle’이다. 영어로는 오럴 섹스를 의미하기도 해 2편의 한글 제목은 ‘맥시멈 스피드’로 바뀌었다.
70년대의 잊혀진 TV시리즈물을 더욱 화려하게 스크린으로 업그레이드시킨 감독은 맥G(McG)다. ‘미녀 삼총사’ 시리즈는 세 명의 여배우가 전면 포진해 있지만 사실 영화 성공의 일등공신은 지난 2000년 이 영화로 데뷔한 감독 맥G에게 돌아가야 한다. CF를 통해 훈련된 그의 연출은 이 상투적이고 뻔뻔한 관습적 소재를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영상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백만장자 찰리에게서 스피커폰으로 오더가 떨어지면 행동에 돌입하는 찰리의 천사들, 원제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인 찰리가 부각돼 있다. 세 명의 여성이 시원하게 남성 악당들을 때려 눕혀도 역시 그녀들은 남성인 찰리의 하수인이다. 말이 좋아 천사지, 사실은 고액 임금을 받고 고용된 직업 청부업자와 다를 것 없다. 다만 정부를 위해 일한다는 것, 체제 수호를 위해 몸을 던진다는 것이 관객들을 안심시킨다.
선악의 대결로 이루어진 권선징악적인 소재의 이런 여성 첩보영화가 결말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조금도 궁금하지 않다. 우리는 극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결말은 짐작하고 있다. 그리고 역시 짐작한 대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가.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원한 눈요기들 때문이다. 역시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전편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화려한 액션신들, 모터 크로스, 서핑, 스카이 다이빙, 빌딩에서의 고공낙하 등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 등으로 ‘미녀 삼총사2’는 우리들의 오감을 충족시킨다. 제작진은 몸매 좋은 세 미녀의 육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더구나 보너스로 세 미녀의 알몸까지 등장한다. 비록 짧은 커트지만, 두 손으로 가릴 것은 다 가렸지만, 그래도 알몸 누드신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한 드루 배리모어와 2000만달러의 가장 많은 개런티를 받은 카메론 디아즈, 그리고 중국계 루시 류 등 세 명의 여배우는 이번에도 찰리의 부름을 받고 FBI 증인보호 프로그램이 담긴 2개의 반지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좌충우돌한다. 특히 여자 프로레슬러, 세계 체스대회 챔피언 등으로 활약하던 소녀시절의 모습이 짧은 플래시백으로 삽입돼 있다. 속편의 히든 카드는 악당으로 등장하는 전직 찰리의 천사 메디슨(데미 무어 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하는 데미 무어는 40만달러를 들여 전신성형 등 온몸을 치장했다.
‘미녀 삼총사2’의 핵심은 여성 대 여성의 대결이다. 근육질의 남성들이 등장하지만 부수적인 존재에 머문다. 여성들의 대결로 마무리되는 것은 세계 주도권이 여성들에게 있다는 거짓환상을 불러일으키며 여성 관객들을 만족시킨다. 남성 관객들은 그녀들의 몸매를 감상하느라 주제 같은 것은 생각할 여유도 없다.
<영화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 s2jazz@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