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애슬론XP 3200+
애슬론XP 3200+의 특징은 FSB 400㎒ 기반 제품이라는 것이다. FSB(Front Side Bus)란 CPU와 메인메모리 사이의 버스를 말한다. 반대로 상충되는 개념인 BSB(Back Side Bus)는 CPU와 L2캐시 사이의 버스를 설명하는 것이다. 보통 BSB를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코어클록과 L2캐시의 클록이 같은 경우와 BSB가 FSB를 앞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FSB를 끌어올리게 되면 클록을 쉽게 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전체적인 시스템 속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덕분에 같은 클록이라도 FSB가 높으면 전체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FSB 400㎒의 제품이라고는 해도 애슬론XP 3200+의 실제 클록은 2.2㎓에 불과하다. 이미 구형이라 할 수 있는 FSB 333㎒ 애슬론XP 3000+가 내부배수율 13으로 2.17㎓라는 것을 생각하면 실제 클록 차이는 30㎒에 불과하다. 심지어 구형 애슬론XP 2800+의 경우 실제 클록이 2.24㎓로 애슬론XP 3200+를 능가한다. 이는 모델명과 실제 클록이 다른 AMD 애슬론XP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애슬론XP 3200+는 이른바 바톤코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바톤코어는 기존의 팔로미노·소로브레드 코어를 거친 최신 애슬론XP 코어다. 바톤코어의 가장 큰 특징은 L2캐시가 기존 애슬론XP의 256 에서 512 로 2배 늘어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L2캐시는 CPU 안에 들어가는 메모리다. 즉 CPU가 외부의 다른 기기와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CPU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면서 데이터 전송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 보급형으로 잘 알려진 셀러론과 펜티엄Ⅲ, 펜티엄4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L2캐시의 크기일 정도로 L2캐시의 크기와 속도가 CPU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AMD 애슬론XP의 경우 상대적으로 넉넉한 L1캐시에 비해 L2캐시의 크기가 크지 않다는 단점이 지적돼왔다. 부동소수 연산보다 정수 연산에 강한 것도 한 특징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L2캐시를 늘리는 것은 당면과제였는데 바톤코어로 바뀌면서 L2캐시가 펜티엄4와 같은 512 로 늘어나 이런 약점을 보완했다.
달리 생각하면 CPU의 클록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발열과 전력소비량이 덩달아 늘어나 더이상 클록을 높이기 어려워진다. 이런 상태를 일컬어 흔히 코어의 구조적 한계에 달했다고 말한다. 애슬론XP 3200+는 먼저 제조공정을 0.13μ으로 미세화해서 발열과 전력소비량을 줄이고 여기에 L2캐시를 늘린 다음 마지막으로 FSB를 400㎒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애슬론XP의 기본이 되는 K7코어로는 더이상 클록을 높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보인다. 애슬론XP 2800+보다 애슬론XP 3000+나 3200+의 실제 클록이 오히려 빠르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다.
◇펜티엄4 3.2㎓
인텔 펜티엄4 3.2㎓은 FSB 800㎒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FSB 800㎒ 펜티엄4는 클록이 높아진 만큼 6.4Gb/s라는 엄청난 메모리 대역폭을 요구한다. FSB가 올라가는 만큼 넉넉한 메모리 대역폭이 필수적이기 때문인데 다행히 듀얼DDR400 채널로 메모리 대역폭 요구량을 맞출 수 있는 칩세트인 i865·i875를 CPU와 함께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FSB 800㎒ 말고 이 제품의 또다른 특징으로는 하이퍼스레딩을 들 수 있다. 하이퍼스레딩은 기존 CPU가 한 번에 1개의 스레드밖에 실행할 수 없던 것과 달리 여러 개의 스레드를 하나의 CPU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따라서 운용체계나 프로그램 입장에서는 듀얼 CPU 구성으로 인식된다. 하이퍼스레딩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하이퍼스레딩과 듀얼시스템을 혼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백하게 하이퍼스레딩과 듀얼은 상당한 차이를 갖고 있다.
흔히 대칭형멀티프로세싱(SMP:Symmetric Multi Processing)이라고 하는 듀얼시스템은 하나의 시스템에 2개의 CPU를 쓰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하나의 CPU가 처리할 작업을 두 개의 CPU가 나눠 처리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단지 두 개 이상의 CPU를 쓸 수 있다고 SMP라고 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며 제대로 분산작업이 이뤄져야만 진정한 듀얼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듀얼시스템에 대해 오해하는 것은 모든 경우에 듀얼시스템이 빠르다는 것, 그리고 성능이 2배로 향상된다고 믿는 것 정도일 것이다. 비록 듀얼시스템이 빠르기는 하지만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듀얼시스템이 서버로 대표되는 특정분야에 먼저 도입되고 주로 쓰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런 하이퍼스레딩을 갖추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펜티엄4는 상당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다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쿨러다.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펜티엄4의 경우 478핀의 제품이 선보이면서 근본적으로 같은 디자인의 제품을 써왔다. 그러던 것이 큰 변화를 겪은 것은 펜티엄4 3.06㎓를 선보이면서부터다. 클록이 높아지고 하이퍼스레딩 등의 최신 기술이 적용되면서 높아진 발열을 보다 효과적으로 처리하고자 펜의 크기를 키우고, 중앙부에 커다란 구리기둥을 박은 새로운 쿨러를 선보였다. 그만큼 3.2㎓라는 클록이 보다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는 뜻이기도 하다.
얼른 살펴보면 가운데의 구리기둥 부분이 작어졌고 쿨러의 생김새가 약간 둥근 타원형에서 직사각형으로 바뀌었다. 팬의 날개 생김새도 다르다. 이는 쿨러 효율과 함께 기존 쿨러가 장착하기 어렵고 비교적 소음이 크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로 생각된다. 열전도율만 따지면 알루미늄>금>은>텅스텐 등의 순서지만 CPU에 직접 닫는 곳에는 약간의 부드러움이 필요하기에 구리를 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