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나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매출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광고다. 그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강렬하게 각인되느냐는 바로 한 줄의 카피가 결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카피라이터는 광고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가운데 하나로 인식된다.
광고대행사 ‘메이트’의 김준희 부장(32)은 10년차 베테랑 ‘광고쟁이’다. 오리콤에서 8년간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7명의 동료와 의기투합해 2000년 설립한 메이트커뮤니케이션에서 CD(Creative Director)를 맡고 있다.
김 부장 팀이 최근 만든 LG텔레콤의 ‘상식’ 시리즈 가운데 ‘블록’ 편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CD는 카피라이터와 디자이너·PD 등 제작파트를 총괄해 광고 제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챙기려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판이다.
김 부장은 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지만 처음 광고계에서 시작한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광고주의 의도에 맞는 카피를 만들어내는 것은 피말리는 작업입니다. 어느 순간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거의 드문 일이고 그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죠. 그러다 이거다 싶은 게 떠오르면 날아갈 듯합니다.”
뼈를 깎는 아이디어와의 싸움 끝에 만들어낸 카피 중에는 금새 잊혀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너무나 강렬하게, 그래서 첨예한 논쟁거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있다. 김 부장이 만든 SUV 자동차 신제품 광고의 ‘대한민국 1%’라는 카피가 그런 경우다. 부가적인 설명은 없지만 ‘대한민국 1% 안에 드는 사람이 탈 만한 차’라는 뉘앙스가 풍긴다. 당연히 거부감을 갖는 소비자도 있다. 거부감을 갖든 말든 이 광고 카피와 제품명은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광고는 대성공이다.
“강렬하면서도 의미있는 카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타깃으로 삼은 고객층으로 살아야 합니다. 자동차 광고를 위해서는 남자로, 10대용 휴대폰 서비스 광고를 위해서는 10대로 변신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김 부장은 때론 남자로 생각하고 밥을 먹을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심지어 걸어가는 여자를 볼 때도 철저히 남자가 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카피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업계 관계자들 스스로 ‘참으로 힘든 3D직종’이라고 이야기하는 광고업계. 그곳에서 여성으로서의 어려움은 없는지 물어봤다.
“여자라서 특별히 어렵다기보다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광고주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할 때 아무래도 집중도가 높습니다. 그때를 활용해 하고자 하는 말을 하고 설득해 나갑니다. 광고주의 시선이 집중된 상태에서 원하는 바를 따내느냐 못하느냐는 실력으로 결정되는 거구요.”
광고는 대학 졸업을 앞둔 사회초년병에게는 매력적인 분야다. 김 부장은 광고분야에 몸담으려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밤샘작업이 많은 만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자기관리에 충실해야 합니다. 또 시간과의 싸움이 일상이기 때문에 자기 시간 중 많은 부문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각오를 단단히 해야만 광고 분야에서 버틸 수 있습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