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운전자들은 타이어가 펑크나거나 공기압이 현저히 낮아져 곤혹을 치른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스페어타이어로 교체하는 작업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마침내 운전자들이 이런 문제에서 해방되는 시대가 열렸다. 운전중 타이어의 공기압·마모상태 등의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는 ‘타이어압력모니터링시스템(TPMS)’, 주행중 타이어가 펑크나더라도 1시간 동안 문제없이 달리는 ‘런플래트타이어’ 등 최첨단 ‘지능형 타이어’가 잇따라 개발돼 상용화되고 있다. 첨단 전자화로 무장한 e카가 차세대 자동차의 대세로 부상됨에 따라 이를 지탱하는 타이어의 지능 역시 똑똑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능형 타이어란 한마디로 고무타이어에 각종 안전센서를 장착해 운전자에게 위험상황을 경고하는 기능까지 수행하는 미래형 타이어다. 실제로 주행중인 타이어가 펑크가 나기 전에 타이어 공기압 정보를 운전자에게 알려주거나 노면조건을 감지하고 타이어 외부형태까지 바꾸는 꿈의 타이어 개발이 한창이다.
최근에는 자동차 정보공학의 총아라 불리는 텔레매틱스와 TPMS를 연동해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시스템 개발도 추진되고 있어 타이어가 독자적인 지능을 갖는 전자부품으로서의 역할을 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지능형 타이어, 어떤 것이 있나=타이어에 적용되는 각종 지능형 개념 가운데 가장 먼저 현실화된 것이 ‘TPMS’다. TPMS는 4개의 타이어 내부 링에 장착된 무선 송신기와 압력·온도센서모듈, 운전석에 설치된 전용수신기로 구성된다. 시동을 켤 때마다 모든 타이어의 압력상황이 체크돼 계기판으로 압력정보가 전송되고 위험징후시 운전자에게 경고알람을 보내며 디스플레이를 통해 위급상황을 무선으로 알려준다.
TPMS모듈은 전세계 기후조건에서 작동하기 위해 보통 영하 40도에서 영상 150도의 가혹한 조건에서 10년을 버티는 내구성을 요구한다. 향후 TPMS는 차량용 블루투스로 정보를 보내고 배터리 없이도 작동하는 무전력 기술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또 TPMS는 적정한 공기압을 유지해 타이어 내구성, 승차감, 제동력을 향상시키고 연비의 효율성도 높이는 효과가 탁월하다. 특히 타이어 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여성 운전자들의 경우 TPMS는 안전운전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미셸린타이어의 경우 주행시 펑크가 나면 이를 자동적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줌은 물론 일정시간(최대 1시간)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PAX시스템(런플래트타이어)’를 개발해놓고 있다. 이 시스템은 최근 미셰린과 전략적 파트너 협약을 체결한 한국타이어에 조만간 기술이전돼 국산 제품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TRW는 노면상황에 따라 타이어의 바닥 그립까지 스스로 바꾸거나 타이어의 마모상태와 마찰정도를 자동으로 감지해 브레이크, 서스펜션시스템 등과 연동하는 최첨단 e타이어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국내외 지능형 타이어 개발 현황=미국 정부는 타이어의 안전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2003년 11월부터 오는 2006년까지 자국에서 출고되는 모든 승용차와 경트럭 등에 압력센서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법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BMW·벤츠·인피니티 등 내로라하는 고급차들은 앞다퉈 TPMS를 채택했고 국산차도 미국 현지판매를 위해서는 TPMS 장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미국에 이어 안전관리가 철저한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도 차량에 TPMS 탑재를 법제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금호타이어가 부품업체인 시트론과 제휴해 소비자가 직접 장착하는 TPMS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대오토넷은 지난달 현대자동차와 대형트럭용 TPMS 선행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해 연말께 시험 장착할 예정이다. 네스테크의 경우 타이어업체와 공동으로 TPMS와 텔레매틱스가 연동되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모든 자동차에 TPMS 장착이 의무화될 전망”이라며 “현재 TRW·베르 등 외국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이 시장이 연간 1억달러 이상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