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게임인 ‘X박스’의 판매가 부진하자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게임유통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MS는 국내에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2에 비해 1년이나 늦게 X박스를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마케팅으로 일관한 나머지 선발주자인 PS2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 소니는 지난해에만 100억원대의 마케팅 비용을 책정해 시장을 주도한 반면 MS는 이의 10분의 1도 안되는 마케팅 활동비를 사용해 소비자의 X박스에 대한 인지도와 충성도를 높이는 데 실패했다는 게 유통업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히려 X박스 총판사업자인 세중게임박스가 지난 4월 50여억원을 들여 세중게임월드를 서울 코엑스 내에 마련하는 등 출혈을 불사하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비디오게임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세중이 X박스 사업권 획득으로 집중 조명을 받으며 부러움을 샀으나 현재 MS의 부진한 마케팅 때문에 세중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YBM시사닷컴, 코에이코리아, 코코캡콤, 한빛소프트 등 X박스 게임 타이틀 유통업체들과 녹음 스튜디오인 무사이도 지난 20일 모임을 갖고 ‘살리자! X박스’라는 공개 캠페인을 벌이고 세중게임박스를 돕기 위한 마케팅 지원팀까지 구성키로 했을 정도다.
이처럼 X박스 마케팅에 관한 불신론이 확산되자 MS에서는 다음달 1일부터 X박스 본체와 타이틀 가격을 각각 10%와 30%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X박스 본체 가격이 27만9000원에서 24만9000원으로 내리며 일부 X박스 게임소프트웨어도 현재 5만2000원에서 2만9000∼3만6000원대로 대폭 인하될 전망이다. 컨트롤러 가격도 4만10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12% 가량 떨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MS가 예상보다 빨리 아시아지역에서 가격인하 조치를 단행한 것은 성수기인 여름방학 전에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현재의 마케팅 전략만으로는 X박스에 대한 업계의 기대치를 더욱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