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업계 경쟁 치열

 벤처캐피털업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코리아IT펀드(KIF) 업무집행조합원에 선정되기 위해서다.

 KIF업무집행자인 통신사업자연합회는 28일 국내 벤처캐피털업계를 대상으로 펀드 결성 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6개 조합원 모집에 29개사가 제출해 5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들어 매칭 자금을 구하지 못해 중소기업청이나 정보통신부 등의 다른 펀드가 거의 결성되지 못하고 있는 시점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치열한 선정 경쟁=150억∼250억원 규모의 펀드 6개를 결성하게 되는 KIF펀드에 29개사가 몰려,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LG벤처투자, 한미창업투자, 국민창업투자, 한국기술투자, 무한기술투자, 스틱IT벤처투자, 한국IT벤처투자, 일신창업투자 등 업력과 지명도를 갖춘 벤처캐피털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느 회사도 선정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증거다.

 통신사업자연합회도 당초 1차 서류 심사후 2차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같은 높은 경쟁률을 감안, 1차 서류 탈락을 시키지 않기로 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말썽의 소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다.

 ◇KIF에 몰린 이유=이번 KIF의 업무집행조합원 선정 공고에 많은 벤처캐피털들이 몰린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9대1의 펀드 매칭비율과 존속기간이 7년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자금 모으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시점에서 10%만 출자하면 나머지 90%를 통신사업자가 출자하게 돼 있는 이번 KIF의 조건은 벤처캐피털들에게 말 그대로 ‘엄청난 혜택’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펀드의 경우 정부가 30% 정도를 출자하고 나머지는 벤처캐피털들이 자금을 모아줘야 했다. 이번에는 90%를 통신사업자들이 조달해주겠다는 것이다. 또 7년의 펀드 존속기간으로 충분한 투자와 투자회수 시간을 갖게 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사실 기존 5년의 펀드 존속기간으로는 IPO 직전의 기업밖에 투자할 수 없었다.

 이밖에 캐피털콜(투자시점 자금납입) 방식이 도입된 것도 벤처캐피털들의 구미를 당겼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영향=지난 27일 열렸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최종 6개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펀드 결성액은 150억∼250억원 사이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최대 규모인 250억원을 제출한 곳도 여럿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통신사업자연합회는 펀드 결성규모보다는 펀드의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점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선정할 예정이다. 이런 점에서 펀드 출자비율이 높은 회사에 어느정도의 가점도 부여할 계획이다.

 쟁쟁한 경쟁자들이 대부분 참여한 가운데 선정되는 회사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벤처캐피털업계의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통신사업자연합회의 관계자는 “일부 대형 회사들의 경우 자신들의 회사가 신청했다는 점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