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판교지역 난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벤처타운 조성을 서두르면서 판교 연구집적단지 개발이 다시 급류를 타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국토개발연구원은 최근 판교 벤처타운 조성 기본구상안을 마련하고 오는 10월까지 종합계획안을 확정, 발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반도체 장비업체 등 30여개의 벤처기업과 사업추진기획단을 구성, 이 벤처타운에 한국의 반도체 연구개발(R&D) 메카조성을 위한 세부 요구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동안 답보상태에 놓인 판교 연구집적단지가 설립되면 기흥·천안·음성·부천 등 인근 반도체 생산공장과 연계해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산업 클러스터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다.
그러나 아직도 세수문제와 사업 주도권을 놓고 경기도와 토지개발공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데다 인근 부지가격이 너무 올라 당초 예상보다 조성면적이 줄어드는 등 난제들이 뒤섞여있어 구체적인 세부안 마련에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추진 현황=신도시 벤처타운 조성예정지인 판교에 반도체 연구집적단지를 조성하는 제안은 이미 3, 4년 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신국환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반도체산업 중장기 발전전략을 마련하면서 판교 개발의 중요성을 다시금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판교 벤처타운 조성계획이 미리 알려지면서 투기세력이 몰려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수도권 과밀화라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원점에서 계획을 다시 검토, 개발이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하지만 새 정부는 인근지역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종합적인 계획조성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구체적인 사업계획 마련에 들어갔고, 연구집적단지 조성을 기다려온 반도체업체들은 반도체협회를 중심으로 수요조사에 착수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30여개 업체가 판교단지에 입주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며, 이들을 중심으로 사업추진기획단이 꾸려져 최근 경기도와 건교부에 부지 공급단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기획단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200여개 반도체 장비 및 재료업체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개최해 추가 수요도 확보하기로 했다.
반도체협회측은 “판교의 경우 주요 반도체 생산공장과 수도 서울과 인접해 연구단지가 들어서기에 가장 적합한 입지 조건”이라며 “중국의 푸둥이나 대만의 신쭈와 다난처럼 수도에 인접한 반도체 연구집적단지가 들어설 경우 고급인력 유치와 기술경쟁력 향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없나=반면 정부와 관련업체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정돼 있는 쟁점 사안들은 빠른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선 사업주체를 놓고 토지개발공사와 경기도가 서로 이견을 보이면서 가장 중요한 단지 조성원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 특히 토공은 직접 시공 후 분양하는 ‘지분분할방식’을 내세우고 있는데 비해, 경기도는 입주업체에 부지를 매각하는 ‘면적분할방식’을 주장하고 있어 입주 희망업체들로 하여금 혼동을 주고 있다.
더불어 부지 공급단가도 연구단지 추진의 성패를 가늠할 전망이다. 현재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들도 부지 단가가 평당 250만원을 넘으면 중도포기 의사를 보일 만큼 부지단가는 민감한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만약 토공이 사업주체로 나선다면 벤처타운 유치에 적극적인 경기도에 비해 부지단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토공의 경우 일정정도 이익금을 환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연구집적단지에 할애될 면적이 전체 20만평 중 6만5000평은 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정부측은 재원을 고려해 전체 면적을 13만∼15만평으로 줄이는 방안을 고려중이어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전망=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구집적단지가 반도체 핵심인력 양성과 기술경쟁력 확보 등에서는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있는 만큼 정부가 더이상 늦추지 말고 관련 주체들의 이견차를 하루빨리 조정해 서둘러야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역불균형 발전 및 환경파괴 등을 내세워 판교지역에 신도시를 조성하는데 반대하고 있어 정부의 추진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 한 사장은 “당초 벤처기업을 집중 유치, 판교를 최첨단 기술산업 메카로 조성한다는 취지가 있었는데 정부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동북아 R&D 허브를 내세운 전략과 연계한다면 판교단지 개발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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