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들이 잇따라 지방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산은캐피탈 본사의 조직축소 방침이 대구지점 폐쇄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지역 벤처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는 산은캐피탈이 조직축소 등 구조조정을 통한 지방지점 폐쇄의 가능성이 예고돼 지역 IT벤처기업의 자금줄에 비상이 걸렸다.
산은캐피탈 대구지점은 지난 2001년 10월 KTB네트워크가 대구지점을 부산지점으로 통폐합한 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대구지역에서 출발한 인사이트벤처(옛 대구창업투자)가 본사를 서울로 옮긴 이후 유일하게 대구에서 지점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산은캐피탈이 최근 경영난을 겪으면서 인력감축과 조직축소 등 고강도의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벤처업계에서는 그나마 대구에 지점을 두고 지역 투자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해온 산은캐피탈이 지점 통폐합으로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동종업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KTB네트워크가 당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대구지점을 철수, 부산지점에 대구경북지역 벤처투자업무를 맡긴 전례가 있는 만큼 산은캐피탈도 조직 통폐합을 통해 지방지점을 없애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되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 모 캐피털 관계자는 “산은캐피탈이 구조조정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며 “산은캐피탈로서는 수도권보다 수익성이 적은 지방조직을 축소할 가능성도 높은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산은캐피탈 대구지점 폐쇄는 업계의 전망처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현재 사무실로 쓰고 있는 빌딩 한 층을 포함, 500억원대의 자산을 갖고 있는 대구지점이 요즘 같은 불경기에 자산을 처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KTB네트워크와는 달리 투자 이외에 기업구매카드·오토리스 등 다른 사업들이 맞물려 있어 지점폐쇄가 결코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산은캐피탈 대구지점 관계자는 지점폐쇄 가능성과 관련해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본래 가시적인 실적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투자사업 이외의 다른 사업 때문에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벤처기업 대표는 “유일하게 대구에 지점을 둔 산은캐피탈마저 이 지역에서 빠져나간다면 투자가 필요한 유망 벤처기업이 제때 자금을 조달받지 못하는 등 기업의 자금사정이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