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업계가 인터넷 확산과 디지털 복제기술의 발달 등에 따른 저작권 침해를 막으면서 동시에 디지털 기술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모델 개발에 힘쓰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불법복제와 파일공유의 불똥이 영화로 옮겨 붙을 것이란 우려가 영화계에 번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개봉한 최신 영화 ‘헐크’가 이미 인터넷에 공개돼 영화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영화계는 음악업체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저작권을 지키면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채널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도입된 ‘스스로 파괴되는 DVD’는 대표적인 예. 월트디즈니는 오는 8월 개봉 후 2일이 지나면 재생이 불가능해지는 DVD를 내놓는다. 이 DVD는 디지털저작권관리(DRM)업체 플렉스플레이가 개발한 ‘EZ-D’를 채택, 포장을 뜯으면 내부의 산화작용이 시작돼 48시간 이후엔 못 쓰게 된다. 이렇게 되면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리는 값과 비슷한 가격에 반납 및 연체료 부담 없이 편리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일반 편의점이나 소매점 판매도 가능해져 새로운 시장개척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영화파일 다운로드도 새 유통경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재팬웨이브는 마쓰시타와 손잡고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추진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영화 예고편이 담긴 DVD를 무료로 뿌린 후 전체 영화를 보기 위해선 유료로 내려받게 하는 모델인데 복제할 수 없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된다.
재팬웨이브는 다운로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파일이 자동 삭제되는 기술을 개발한 소니의 인터넷 자회사 소넷과 제휴, 이를 재팬웨이브의 DRM 기술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다운로드한 동영상 데이터를 하드디스크 내의 여러 디렉터리로 분산 저장, 특별한 소프트웨어 없이는 재생할 수 없게 한 것이다.
그동안 사용자들이 여러 방법으로 복제방지 기술을 무력화시켜 왔기 때문에 이런 노력들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EZ-D의 경우도 화학작용이 시작되기 전에 얼마든지 복제를 할 수 있다. 때문에 신시장 개척 외에 복제방지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도 있다.
반면 “영화복제는 아직 음악에 비해 복잡할 뿐 아니라 신기술은 영화 대여시장을 고사시키기보다는 확대시켜 온 것이 지금까지의 경향”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