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반도체설계(ASIC)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시스템온칩(SoC) 범업계 컨소시엄 ‘SoC Work’는 흩어져 있는 반도체설계분야의 한정된 인력과 기술을 모아 스타 제품군을 만들 수 있도록 자원을 집중화한다는 데서 우선 의미가 크다. 또 장기적으로 참여기업들이 상부상조의 성공사례에 힘입어 자발적으로 M&A에 나선다면 그 성과는 더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번 추진배경에는 중소기업들의 경영난 타개와 불투명한 기업비전들이 근간이 돼 있는 데다 구체적인 목표점과 이익분배 방법에서 참여업체들이 얼마나 절충안을 찾을 수 있을 지가 미지수여서 불안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배경=IMF 때 국내에 설립된 130여개의 ASIC 벤처기업들은 사실상 평균인력규모가 30여명 이하가 전체의 70%가 넘는 데다 자본금과 매출액이 20억원 이하인 업체들이 절반을 넘고 있다. 심지어는 개발한 제품들을 제대로 한 번 팔지도 못한 업체들도 부지기수다.
반도체 특성상 5년여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R&D)에만 투자해도 모자란데 인력들의 급여도 주기 어렵고 자금시장이 막혀 개점휴업인 업체들이 줄이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텔·TI·ST마이크로 등 세계적인 반도체기업과 경쟁해야 할 제품군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아무리 틈새시장을 찾아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더욱이 D램 위주의 반도체 제조에만 매달려온 산업구조상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설계가 필요한 SoC 시장에서는 종합적인 기술인력이 희박한 데다 중소 기업들이 개별적인 기능 기술만으로는 초고집적의 SoC를 만들 수가 없다는 자체 평가도 협회를 중심으로 내려졌다.
하지만 협회가 이처럼 구체적인 제안을 들고 나온 것은 최근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들의 능력과 비전에 대한 재규명을 해달라고 요청한데서 비롯됐다.
실례로 정보통신부에서도 IT SoC 지원센터와 SoC 캠퍼스 설립을 추진하면서 산하 단체로 등록돼 있는 ADA에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내부에서도 ASIC벤처 스스로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위상을 재정립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정부가 추진중인 포스트 반도체 정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각성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향후 일정과 전망=협회는 우선 1일 전략발표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참여업체들을 모집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결속의 강도를 낮게 가져가면서 SoC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힘을 모은 다음 규모의 경쟁력을 갖춘 뒤 M&A시기를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집중할 아이템을 △차세대 이동통신 △디지털미디어방송(DMB) △디스플레이 △스토리지 △AV 휴먼인터페이스 등으로 선정한 것도 현재 정부가 육성할 분야와 산업계 흐름을 반영해 빠른 상용화로 성공사례를 낳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협회측과 일부 업체들의 이같은 의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비전이 제시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SIC업체 한 사장은 “중소기업들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공동 브랜드와 공동 마케팅 등을 추진했지만 종국에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등을 돌리는 선례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느냐”면서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합의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협회측 관계자는 “이번 컨소시엄을 통해 상호 상생의 길을 찾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에서 협회와 임원진이 나선 만큼 대승적 관점에서 추진해야할 것”이라면서 “이는 현재 방향타를 찾지 못하는 SoC산업 육성정책 마련과 산업 뿌리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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