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방송위성서비스(BSS) 규정을 놓고 주파수 2.6㎓와 2.3㎓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회의장 안팎에서 큰 논란거리가 될 정도다.이런 모습은 세계전파통신회의(WRC)에서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광경인데, 결국 세계 각국이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새로운 서비스 용도로 확보하기 위한 접전이다.”
이번주 폐막을 앞둔 WRC는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주파수 확보경쟁이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다고 전했다. 주요 현안과 의제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유독 한국과 일본만이 휴대인터넷과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의 주파수 용도 규정을 둘러싸고 막판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30일 현재 2.3㎓ 대역을 휴대인터넷으로, 2.6㎓ 대역을 위성DMB 용도로 정의하자는 한국측 주장과 정반대의 의견을 고수하는 일본측 의견이 한치의 양보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통상 한달 정도인 WRC 기간에 이처럼 주요 현안이 막판까지 결론을 보지 못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양국으로선 그만큼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일본측 주장이 대다수 국가들의 공감대를 얻으며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2.6㎓ 대역을 IMT2000(이동통신) 예비용도로 정한 관례에다 2.3㎓ 대역이 위성방송용으로 이미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2.3㎓ 대역의 휴대인터넷과 2.6㎓ 대역에서 추가 25㎒ 확보라는 당초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보통신부 유필계 전파방송관리국장은 “일본은 2.3㎓ 대역의 위성DMB를 쓰는 대신 우리나라의 휴대인터넷이 가능하도록 보호값을 지정해 주겠다고 했으나 단호히 거절했다”면서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우리 협상안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협상이 계속해서 진통을 겪을 경우 다음달 4일 WRC2003 폐막 직전 의장이 직접 직권중재에 나서는 등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지난주까지 한일 양국은 워킹그룹4A 전문회의에서 2∼3㎓ 대역의 주파수 용도 문제를 놓고 대립해 왔으며, 이번주 이어질 워킹그룹4B 회의에서 막판 타협을 시도한다. 워킹그룹4A는 일단 잠정적으로 2.3㎓ 대역을 위성DMB 주파수로, 2.6㎓ 대역은 원래 일본측 원안대로 상위 25㎒만 위성DMB 용도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주 중 어떤 식으로든 윤곽을 드러낼 일본과의 협상 결과는 향후 국내 휴대인터넷과 위성DMB 사업의 운명을 가늠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WRC2003에서는 5㎓ 대역의 5.150∼5.350㎓, 5.470∼5.725㎓ 등 두 개 주파수 영역을 무선랜(WAS) 용도로 할당하는 등 주요 의제는 대부분 결론을 내렸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