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잉크 폭리 의혹

 잉크젯복합기를 수입판매하는 한 업체가 잉크카트리지에 용량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 자사 프린터 소비자들에게 잉크량이 적은 흑백제품을 더 많은 컬러제품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A사 잉크젯복합기 B모델을 사용중인 이모씨(28)는 최근 본지에 잉크카트리지에 용량표기가 안돼있고 흑백제품과 컬러제품의 가격이 다른 이유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이에 대해 시장조사 결과, A사는 특정 잉크젯복합기 모델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빨강·파랑·노랑으로 구성된 컬러 잉크카트리지세트와 흑백 잉크카트리지를 판매하면서 흑백제품을 컬러보다 3000원 더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가 판매하는 빨강·파랑·노랑 컬러 카트리지세트 가격은 2만8000원인 반면 흑백카트리지는 개당 3만1000원이다.

 본사가 모 리필잉크 업체의 협조로 A사의 잉크카트리지 용량을 측정해 본 결과, 흑백 잉크카트리지에는 18g(약 19㎖)이, 파랑·빨강·노랑 세 가지 색상으로 구성된 컬러 잉크카트리지세트에는 각각 13g(약 14㎖)씩 총 39g이 주입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이같은 소식을 접하자 “흑백잉크가 컬러잉크보다 더 많이 소비되고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같은 양이라도 더 싸야 하는데 용량도 적으면서 비싼 이유를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용량표기가 안된다는 점을 악용해 흑백제품을 더 비싸게 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며 “잉크카트리지에 용량표기를 의무화해야 업체들의 농간을 막을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A사는 “세 가지 색이 들어있는 컬러 잉크카트리지의 경우 한 색만 떨어져도 남아있는 다른 색을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컬러를 더 저렴하게 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소모품처럼 세 가지 색이 하나의 카트리지에 들어간 또 다른 이 회사의 제품은 흑백이 컬러보다 8000원 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회사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대부분의 프린터 업체들이 실제 잉크용량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어 A사의 경우와 같은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한국HP를 제외한 국내 프린터 업체들은 잉크용량을 제품 포장, 소모품 자체에 표시하지 않았다. 한 프린터 업체 관계자는 “관행처럼 돼 온 일이라 잉크용량을 표시해야 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올바른 구매와 ‘잉크를 조금 집어넣고도 비싸게 판매하기 위한 수작’이라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프린터 업체 스스로 실제 용량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자동차통신팀 손영호 팀장은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당 기업이 정보를 공개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