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폐가전 처리제도는 생산자의 의무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높아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높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은 30일 ‘수출경쟁력 약화시키는 폐가전 처리제도’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폐가전의 재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소비자, 판매자, 생산자, 정부간에 비용과 책임을 효과적으로 분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일단 제품의 회수 및 재활용, 설계 단계에서부터의 친환경제품 개발에 있어 주도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의 책임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비합리적이거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기업·정부가 역할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려는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의 기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우선 내구연수가 10년 이상인 제품의 경우 최근 2년간의 출고량에 기본을 두고 재활용 의무량을 산정하는 것은 문제다. 이는 의무량을 채우지 못하는 기업에 과태료가 부과되는 만큼 기업이 민감해 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 품목선정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현재 냉장고·세탁기·TV·에어컨·PC가 포함돼 있으며 오는 2005년부터는 휴대폰과 오디오도 품목에 포함될 예정이다. 그러나 에어컨, 휴대폰 등 일부 품목은 실제 폐기물 발생량이 아직 미미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에어컨은 보편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더러 중고제품을 지인에게 양도하는 경향이 높으며 폐기를 위해 배출하더라도 유가물의 비중이 높아 고철상이 앞다투어 수거함으로써 기업의 의도대로 재활용되는 경우가 적다. 또 휴대폰도 수출중심의 수출과, 폐제품의 유가 가치가 높아 대리점이 적극적으로 폐제품을 수거하고 있다. PC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밖에 지자체 유상 수거, 판매자 무상 수거의 원칙상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이 보고서는 결국 현실을 무시한 재활용 의무량의 기준이나 품목선정은 기업의 원가부담을 가중시키고 폐가전 회수 프로세스상의 비합리성 또한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재활용률 저하를 통한 자원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