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통신사업 밑그림이 갈피를 못잡고 있는 가운데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이 미묘한 연관성속에 제각기 독특한 주가행보를 펼쳤다.
30일 증시에서 데이콤은 지난주말 발표한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 소식에 힘입어 전장보다 무려 8% 이상 치솟으며 1만2500원에 마감했다. 상승률로는 지난 4월 1일 12.1% 상승한 이후 두달만의 최고치며 종가기준으로도 지난 5월 12일 이후 40여일만의 최고점이다. 거래량은 전일 거래량보다 4배 가량 폭증한 165만주에 달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CB발행은 데이콤이 내년까지 마련해야 할 파워콤 인수자금 4000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로, 공모에 성공할 경우 자금부담을 크게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가강세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다 지난주말 LG그룹이 하나로통신을 인수할 뜻이 없음을 밝힘에 따라 데이콤이 파워콤과 두루넷 등을 아우르는 LG그룹 유선통신사업의 중추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주가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로통신 주가도 이날 증시에서 단연 화젯거리였다. 당초 LG그룹으로의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강세가 예견돼오던 터였으나 상황이 외자유치에 의한 독자생존 방향으로 급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하나로통신 주가는 하락률 0.65%의 약보합을 보이며 3050원에 장을 마감, 하락세보다는 하락지지선을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증시의 시나리오 예측대로 하나로통신이 LG그룹으로 인수되든, 외자유치를 성사시키든 어떤 쪽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투자자들 관점에서는 “하나로통신이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더 이상 나빠질 것은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LG투자증권은 이날 하나로통신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4100원으로 상향조정해 발표했다. 종전 목표치에서 14%나 늘려잡은 것이다. LG증권측은 “향후 기업내용이 LG그룹 대 외자유치의 선택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어느 쪽도 부정적 영향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현금흐름을 봤을 때 유동성 위기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