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폰의 오·남용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카메라폰은 휴대폰에 카메라를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휴대폰으로 목욕탕이나 수영장 등에서 몰래카메라로 사용돼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카메라폰을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카메라폰으로 사진 촬영시 빛을 발산하거나 신호음을 내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카메라폰의 오·남용이 도를 넘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휴대폰업계는 카메라폰의 오·남용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획일적인 규제는 효자산업인 휴대폰산업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신기술을 법으로 강제한다면 기술개발은 물론 상품개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카메라폰의 오·남용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 방지를 위해 카메라폰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 카메라폰 규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상반된 시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폰 오·남용 어디까지=최근 한 사람이 부산지하철내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있던 여대생의 은밀한 부분을 촬영하다 이를 목격한 승객에게 붙잡혀 처벌받은 사례가 발생했다. 앞자리에 앉은 여대생이 휴대폰으로 메일을 보내는 데 정신을 집중하는 틈을 타 짧은 치마 속을 카메라폰으로 촬영한 것이다.
또 목욕탕과 수영장 등에서 카메라폰으로 알몸사진을 찍고, 이를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하는 일들도 늘어나고 있다. 학교에서는 시험중에 카메라폰으로 시험답안지를 촬영, 다른 친구에게 메일로 보내주는 부정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과 공공기관도 기밀문서가 카메라폰을 통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카메라폰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는 주요 연구시설과 본사사옥 21층 등 사내 핵심시설을 카메라폰 휴대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카메라폰 소지자의 출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국내 최대 휴대폰업체인 삼성전자마저도 기흥 반도체연구소나 수원의 단말기연구소 등 보안에 민감한 곳에 대해 전면적으로 카메라폰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폰은 이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용된다. 최근 한 인터넷포털업체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1560명)에 따르면 카메라폰으로 몰카를 찍어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10명 중 3.9명(39.4%)이 지하철에서 찍었다고 답했다. 두번째로 몰카를 많이 찍는 곳은 목욕탕 탈의실(14.4%)이었다. 다음으로 해수욕장, 수영장 탈의실, 스포츠센터 탈의실, 수영장, 스포츠센터 등의 순이었다. 학교, 길거리, 버스, 영화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찍었다는 네티즌도 26.7%나 됐다.
◇카메라폰 규제 착수=정보통신부는 지난 23일 진대제 장관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공중목욕탕 등 공공장소에서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촬영할 때 신호음을 내거나 빛을 발산하도록 하는 기술적 장치를 의무화하는 등 카메라폰의 오·남용 방지에 관해 종합적인 검토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에 카메라폰이 100만여대 이상 보급됐고 주 사용층도 청소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카메라폰의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더욱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미국·일본·호주 등 선진국에서 탈의실·수영장 등에서 카메라폰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규제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는 나아가 카메라폰의 오·남용 문제가 디지털캠코더·디지털카메라 등에서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들 기기를 대상으로 카메라폰처럼 신호음이나 빛을 발산하는 등의 기술적 조치를 취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휴대폰업계 강력 반발=삼성전자 등 주요 휴대폰업체들은 지난 25일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ICA)에서 모임을 갖고 정부의 카메라폰 규제 방침에 반대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인사는 “카메라폰 규제는 카메라폰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내 기술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특히 이번 규제안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산업발전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정통가 내놓은 규제안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통부의 안대로 플래시 등 신규장치를 부착할 경우 원가인상 부담과 외국제품과의 디자인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프라이버시 침해 등을 이유로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카메라폰을 규제하더라도 충분한 계도기간을 거쳐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규제를 통해 카메라폰 오·남용의 문제를 단시간에 해소하려는 정책보다는 올바른 휴대폰 사용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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