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LG전자 백우현사장(1)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졸업 후 산업계에 투신해 디지털 통신장비를 개발하던 시절부터 갖고 있었던 디지털TV에 대한 꿈이 오랜 집념과 노력으로 현실화된 것, 그리고 이후 이 산업이 국가 산업 발전 및 수출을 이끄는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낀다. 돌이켜보면 디지털TV가 지금 수준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마다 중요한 고비가 있었으며, 수많은 밤을 지새며 난관을 헤쳐나가던 과정은 가슴을 뜨겁게 해준다.

 디지털TV는 1998년 첫방송 서비스 이후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해 디지털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되었다. 한국시장에서는 지상파방송에 이어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가 2003년 5월 국내 최초로 데이터방송 시험서비스를 실시했고, 올해 9월 HD급 화질의 디지털방송을 앞두고 있다. 케이블방송에서도 2004년 초 HD급 화질의 디지털방송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어서 국내 디지털TV의 수요는 점차 폭 넓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한국 전자산업의 총아로 떠오른 디지털TV는 고화질·고음질방송 이외에 양방향서비스·인터넷서비스·홈네트워크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아날로그TV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방송·통신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국가적인 성장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디지털TV의 핵심기술과 부품인 디지털전송, 주문형반도체(ASIC) 및 디스플레이 등에 대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인터넷 및 초고속통신망 등 세계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와 함께 국민의 정보화 마인드까지 갖춰져 있어, 일본을 비롯한 기술선진국을 제치고 세계 선두로 도약하면서 반도체·휴대폰·LCD에 이어 PDP와 함께 디지털TV가 수출의 주역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디지털TV는 64년 도쿄올림픽 이후 고화질·고음질의 TV를 개발하고자 하는 일본 NHK의 초기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해 사업화까지 규격 결정 및 기술, 제품 개발 등 많은 난관이 있었다. 예를들면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 VCR의 VHS와 β방식 표준화 경쟁을 뛰어넘는 디지털TV 전송방식 표준화 논쟁 등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비들이 있었다. 특히 90년대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 기반의 HDTV 방식을 제안할 때 곧 도래할 디지털시대를 감안한 풀디지털방식을 주장, 미국의 디지털TV 규격으로 결정하도록 한 것은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후 나는 미국에서의 연구성과와 개발경험을 한국의 우수한 제품개발력과 결합해 디지털TV를 한국의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육성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결심으로 LG전자에 왔다. 이제 역량있는 엔지니어들과 함께 디지털TV와 관련된 핵심기술과 획기적 제품개발에 노력을 쏟은 것이 디지털TV 시대로 전환하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