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중심의 덩치싸움에만 내몰려온 시스템통합(SI)업계에 ‘내실경영의 정착’이라는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경기침체와 함께 전반적인 정보기술 투자위축 속에서도 내실경영을 선언한 지 6개월 만에 영업이익이 많게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7배 가까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은 SI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는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SI업체들의 평균 이익률은 1∼4%. 우리나라 SI업계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SI업계는 덩치를 키우기 위해 덤핑입찰을 하고 이 장단에 맞춰 서로가 출혈경쟁을 일삼다보니 사업을 수행해도 나중에 남는 이익은 없었다. 그러는 동안 출혈 수주경쟁과 경쟁력 악화, 전문성 부족이라는 문제점도 커져만 갔다.
지난해부터 대형 SI업체들이 잇따라 사령탑을 교체하고 내실경영에 눈을 돌리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과당경쟁에 의한 저가 적자수주에 계속 끌려다니는 행태를 방치할 경우 수년 내 문을 닫고 SI산업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퍼진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SI업체들은 ‘수익성’을 올해 경영의 키워드로 정했다. 그 일환으로 최고경영자(CEO)들은 저가 덤핑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올해부터 부쩍 이익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 수주에 눈을 돌리는 동시에 이전과 달리 적자가 예상되는 프로젝트에 대해 참여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특히 수익성 개선노력의 한 축으로 원가절감 활동을 벌이는 동시에 프로젝트 수주 평가회의를 열어 사전·사후 사업관리 노력에 힘을 기울였다.
실제 지난 1월 신임 김인 사장을 맞은 삼성SDS는 수익률 중시 경영을 선언했다. 올해 사업실적 목표도 매출액은 16% 증가한 1조8900억원으로 잡은 반면 경상이익은 60% 증가한 800억원으로 정했다.
LG CNS도 지난 1월 정병철 신임사장 취임이후 이익 우선의 경영방침을 천명했으며, 올해 매출 1조원대 진입이 예상되는 SK C&C의 경우 프로젝트 입찰 기준을 수익성 여부로 삼고 수익성이 높은 IT아웃소싱 사업 쪽으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
현대정보기술은 올해 경영전략을 SI영업적중률 제고로 삼고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은 가능한 한 참여하지 않기로 했으며, 포스데이타·쌍용정보통신·대우정보시스템도 올해부터 수익성 중심의 사업운영에 무게를 두고 프로젝트 관리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중견그룹 계열의 신세계아이앤씨·동양시스템즈·대림I&S 등은 이익개선 중심의 경영에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대형 SI업체들을 웃도는 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SI산업의 장기불황에도 불구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신세계아이앤씨와 동양시스템즈는 저가수주가 만연한 공공부문을 지양하는 등 대형 업체들과의 철저한 차별화 전략을 견지하고 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주력부문인 유통 SI사업 외에 소프트웨어 유통, 전자상거래 등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를 통해 이익을 개선하고 있다. 동양시스템즈도 업계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금융 SI부문과 닷넷 기반 솔루션 부문에 집중하면서 단순한 매출액 증가에 그치지 않고 수익성 상승이라는 효과를 함께 거두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