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C 사용자들로부터 시리얼ATA 하드디스크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하드디스크 인터페이스의 변화를 유도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시리얼ATA시대라고 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이제 막 시리얼ATA 하드디스크와 컨트롤러들이 선보인 데다 아직 IDE하드디스크에 비해 뚜렷하게 무엇이 좋은가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앞을 내다보고 제품을 준비하는 기업과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CPU뿐만 아니라 컴퓨터 전반의 규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텔이 주도하는 시리얼ATA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병렬연결, 즉 보다 넓은 연결통로를 갖춘 지금의 패럴렐ATA가 시리얼ATA에 뒤질 이유가 전혀 없다. 패럴렐ATA는 16비트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 과정에서 전송속도를 높이기 위해 디스크 회전수를 높이거나 비트수를 늘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과 하드디스크 제조사가 패럴렐ATA 대신 시리얼ATA를 밀고 있는 것은 지금의 패럴렐ATA를 발전시키는 노력과 비용보다 새로운 규격을 정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듯싶다. 예를 들어 하드디스크 성능을 높이기 위해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인 디스크 회전수를 높이면 소음·진동·발열 등의 물리적 문제가 생긴다. 반대로 비트수를 늘리면 한번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여유가 없게 된다.
시리얼ATA의 기본 원리는 전달하는 통로는 좁아졌지만 대신 훨씬 빠른 전송속도로 16비트에 따로 담아서 보내던 데이터를 잘게 쪼개서 보낸다는 것이다. 물론 한번에 전달하는 데이터의 양은 작지만 전송속도가 빠르다 보니 결국 전체적인 전송속도는 빨라진다.
처음 선보이는 시리얼ATA의 동작클록은 1.5㎓. CPU가 아닌 하드디스크로는 대단히 빠른 속도다. 물론 물리적인 회전수는 아직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대역폭은 150MB/s로 적은 편이다. 이는 직렬연결의 특성상 시그널의 인코딩·디코딩 과정을 거치고 에러보정비트인 ECC비트가 더해지는 등 확실한 신호전달을 위한 데이터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벤치마크에서는 시장에 출시된 시리얼ATA 하드디스크 3종의 성능을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이제는 시리얼ATA시대.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는 웨스턴디지털 랩터.
테스트 결과 최고의 성능을 보이는 제품은 웨스턴디지털 랩터다. 1만vpm의 빠른 회전속도에서 뿜어져나오는 성능은 가히 폭발적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이 제품을 무조건 최고라고 말하기에는 몇 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제품은 시리얼ATA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쓰고는 있지만 근본은 스카시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같은 회전수에서는 상당한 완성도를 보이지만 비용적인 면을 제외한다면 스카시와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그 장점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약점은 용량이다. 36.7Gb는 용량보다 속도를 우선하는 기업용 시장을 노린 제품이며 아무리 레이드로 구성하고 스카시 시스템의 경쟁상대라 하더라도 결코 넉넉한 용량은 아니다. 좀더 대중적인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용량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유일한 네이티브 시리얼ATA인 ‘시게이트 바라쿠다5’
이미 후속모델이 시장에 나온 상황이기는 하지만 두 제품의 차이가 플래터 장당 용량의 차이가 주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바라쿠다 ATA5는 최초의 시리얼ATA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간직한 제품이기도 하다. 여기에 아직 유일한 네이티브 시리얼ATA라는 것도 큰 장점이다. 네이티브 시리얼ATA라는 것은 기존IDE타입이나 스카시타입을 개조한 것이 아니라 설계부터 시리얼ATA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제품을 말한다.
시리얼ATA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는 물리적 인터페이스는 다르지만 하드디스크의 다른 부분은 사실상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하드디스크를 살펴보면 이를 변환해주는 이른바 브리지 칩을 쓰기도 한다. 이런 브리지 칩을 쓰면 사실상 예전의 IDE타입 하드디스크의 회로나 설계를 바꾸지 않고도 손쉽게 시리얼ATA제품을 만들 수 있다. 그만큼 제조단가도 낮출 수 있다. 대신 결국 실제 작동방법에서는 기존 패럴렐ATA와 다를 것이 없기에 시리얼ATA의 장점을 제대로 살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시리얼ATA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인 대역폭 등도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반면 시리얼ATA 전용 네이티브 시리얼ATA를 쓰게 되면 상대적으로 제조비용은 높아지지만 그만큼 뛰어난 성능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인텔과 함께 오랫동안 시리얼ATA를 연구개발해온 업체인 만큼 안정적인 성능을 보이고 있다. 거의 유일한 흠이라면 레이드 구성이다. 레이드 구성에서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지는 능력을 보이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레이드와 외장형 기기에서의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시게이트다운 안정성과 성능을 나타내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읽기 성능이 특히 뛰어난 ‘맥스터 다이아몬드 플러스9’
맥스터 다이아몬드 플러스9는 패럴렐ATA에서 시리얼ATA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규격에 넉넉한 용량, 어느 하나 뒤질 것 없는 제품 규격과 성능이 이제는 시리얼ATA시대임을 잘 보여주는 제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완벽한 시리얼ATA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전형적인 브리지 구조지만 성능으로 이를 극복하는 모습이다.
다만 실험결과에서 좋은 읽기 성능에 비해 뒤지는 쓰기 성능을 보이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나 해서 다른 컨트롤러(프로미스 SATA TX2플러스/PDC20375 칩세트)를 쓴 경우에는 쓰기 속도가 약 2∼3배 이상, 즉 정상적인 성능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ICH5R와의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시리얼ATA에서 인텔이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하면 시급히 고쳐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떤 새로운 규격이 표준처럼 쓰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아직 시리얼ATA는 표준이라고 말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다. 하지만 표준을 향해 나아가는 규격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싶다. 적어도 안정성과 성능에서 지금의 패럴렐ATA를 대신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나타내므로 앞으로 하드디스크의 표준은 시리얼ATA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분석=김영로 tester@computer.co.kr
정리=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