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17)충남 홍성군 문당 정보화마을을 찾아

 문당환경농업정보화마을은 행정구역상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로 홍성군에서 남쪽으로 8㎞ 떨어진 용봉산 자락에 위치하며 동남북쪽으로 용봉산에 둘러싸여 있고 서쪽으로는 삽교천, 남쪽으로는 홍동저수지를 접하고 있다. 문산, 동곡, 서근터(안말), 원당의 4개 자연부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주 이씨와 창원 황씨를 위주로 13성이 집촌을 형성하고 있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60% 정도로 타 농촌 지역에 비해 젊은 층이 많아 정보화가 용이한 편이었다.

 

 기자가 문당을 찾아간 날은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쏟아져내리는, 근래 보기 드문 폭우였다. 잔뜩 겁에 질려 서해안고속도로와 서해대교를 시속 80㎞도 안되는 속도로 달렸다.

 무사히 홍성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긴장된 가슴을 쓸어내리며 둘러본 풍경은 여전히 산과 들을 적시는 빗줄기 뿐. 목적지인 문당은 국도를 한참이나 지나 시골 소도시다운 고즈넉함을 갖춘 읍내와 구불구불 나 있는 논둑길을 거쳐서야 당도할 수 있었다. 천신만고끝에 찾은 문당정보화마을, 그러나 기자의 눈에는 그저 농촌일 뿐이었다.

 안내를 위해 동행에 나선 홍성군청 자치행정과 홍용표 계장은 “빗길에 고생 많으셨네요”라며 위로반 격려반의 인사를 건냈지만 ‘정보화’와는 너무나 멀 것만 같은 지극히 농촌스런 풍경 탓에 빗길 운전에 지친 기자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여기 정보화마을 맞나? 오리 풀어 농사짓는 시골동네에 정보화라니….’

 그러나 웬걸. 허탈해하는 기자의 눈에 들어온 문당마을정보센터는 너무도 위풍당당했다. 마을 중앙의 환경농업교육관 건물 2층에 자리잡은 마을정보센터는 PC 11대를 포함해 프린터, 스캐너, 영상카메라는 물론 빔프로젝터, 대형 TV, 냉난방기, 정수기에 무인민원발급기까지 갖추고 있었다. 120가구 393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마을치곤 화려한 위용이다. 농촌지역에 투입된 정보화지원금치고는 엄청난 액수다. 창밖으로는 용봉산과 함께 마을 전경이 훤히 보였다.

 때마침 서울 성동구 벽산유치원생 40여명이 견학차 방문해 센터에서 정보화시설을 둘러보고 시끌벅적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2층에서는 농촌봉사활동을 위해 와 있는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이 폭우탓에 일손을 놓은 틈을 타 센터를 구경하고 있었다.

 마을 이장이자 정보화마을운영위원장인 이규재씨는 “어때요? 근사하지요? 여기서 환경농업교육도 하고 영화도 보고 마을회의도 하고 그럽니다. 엊그제 개관식 때 오시지 그랬습니까? 잔치가 벌어졌었는데…”라며 센터 자랑에 여념이 없다.

 옆에서 홍용표 계장이 한마디 거든다. “문당은 정보화마을이 되기 전부터 충의열사를 많이 배출한 역사적 고을이자 환경농업 보급지로 유명했습니다. 특히 환경농업의 발원지라고 봐도 무방해요. 저기 논 가운데 보이는 작은 창고에 오리들이 가득 있습니다. 오리농법이 문당의 최고 자랑이지요.”

 오리농법은 벼에 농약을 뿌리는 대신 논에 청둥오리를 방목해 해충과 잡초를 제거하는 신농법. 문당마을에서 최초로 도입하면서 그 효능이 인정돼 환경친화적 농법의 메카로 떠오르게 됐다. 오리농법으로 생산된 오리농쌀은 환경친화상품답게 값비싸게 팔린다. 식품가공기업에 생산물을 일괄공급하는 계약재배농가도 적지 않다.

 이 이장은 “문당이 정보화마을로 지정받은 것은 바로 환경친화농법을 통해 재배한 유기농쌀(흑향미, 백미, 햅쌀), 유기농 채소(고추, 생강, 버섯), 오리 등의 작물을 전국으로 직거래하기 위해서였다”고 감회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마을주민들이 생산한 작물을 전국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작물 재배와 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홍성환경농업마을 영농조합법인(대표 주형로)이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집집마다 PC가 보급됐고 지난해 5월까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1단계 기초정보화교육을 마쳤다. 지난달 23일 문당마을 홈페이지(http://mundang.invil.org)가 개통돼 지역 주민간 의사소통과 농산물 직거래를 위한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앞으로는 전자상거래 관련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인터넷교육장은 당연히 마을정보센터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이 홈페이지에 거는 기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작물판매나 환경농법소개 혹은 마을 주민들간의 의사소통창구 역할에서 더 나아가 홍성지역의 관광자원을 이용한 환경생태관광상품 개발과 홍보에까지 미치고 있다.

 사실 홍성군은 최영·성삼문·김좌진·한용운 등 충의열사를 비롯해 3부 요인을 많이 배출한 역사적인 곳으로 고려시대까지 홍주로 불리며 입법·사법·행정관청이 빠짐없이 들어선 행정의 요충지이기도 해 많은 시설물들이 남아 있어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

 북동쪽으로 용봉산·용봉사·마애석불·홍주의사총·조양문·홍주성지 등이 있고 서북쪽으로는 김좌진 장군과 만해 한용운의 생가가 있으며 중앙에는 홍성온천과 지석묘가 있다. 동남쪽으로는 삼익각을 비롯해 조응식 전통가옥, 이광윤묘, 주류성, 오서산, 장곡산성 등이 즐비하다. 철따라 만해제·광천토굴새우젓축제·서부대하축제 등 갖가지 행사도 열린다. 서해안고속도로변에 위치해 교통도 편리하다.

 이규재 정보화운영위원장은 “환경농업작물 재배와 관광상품 개발을 정보화와 연계함으로써 100년 뒤까지 먹고 살 궁리를 마쳤다”며 “문당환경농업마을은 정보화를 통해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문당환경농업마을 홈페이지>

 이제 문당환경농업마을은 환경농법의 메카에서 전자상거래를 통한 농산물 직거래의 성공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여기에는 최근 오픈한 마을 홈페이지(http://mundang.invil.org)가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생각하는 농민 준비하는 마을’이라는 타이틀을 단 문당마을 홈페이지. 앞으로 이곳을 통해 홍성지역의 다양한 특산물들을 전국으로 직거래하게 된다.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마을 안내와 각종 농업정보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오리를 이용한 환경농업의 의미와 방법을 소개하는 코너에서부터 조양문·장곡산성·마애석불·홍주성지·용봉산 등 주변 관광지 안내까지 정보가 그득하다.

 지난 24일에 있었던 개관식 행사 중 풍물놀이와 인터넷 영상대화 사진 등이 실려있고 전국의 농촌녹색마을 지도자들과 함께 독일·프랑스의 농촌관광현황을 탐방한 소식도 올려져 있다.

 

 <이규재 마을정보센터 운영위원장>

 “마을정보센터를 짓고 가장 좋았던 게 뭔지 아십니까? 젊은 사람들에게 정보의 혜택을 줄 수 있었던 겁니다. 사실 시골에 살다보면 도시와는 정보격차가 엄청나잖아요. 젊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소외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는 게 가장 기뻐요.”

 인상좋은 이규재 문당환경농업마을 이장(43)은 부지런한 일꾼이자 탁월한 기획자다. 문당이 환경생태마을에서 정보화마을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이 이장의 공로가 컸다.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복합영농을 하는 터라 늘 일손이 바쁘지만 마을정보센터 일이라면 언제든 두말않고 달려온다.

 사실 마을정보센터가 설치된 건물은 이전부터 환경농업학습장으로 이용되던 건물. 문당지역의 환경생태농업을 배우고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 지난 한해 방문한 사람들만 2만명이 넘는다. 지금도 매주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답지한다고.

 하지만 그는 이제 문당이 환경농업마을로서뿐만 아니라 정보화 으뜸마을로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다.

 “총 비용만도 4억여원이 들어가요. 이제 마을에 PC가 모두 보급되고 홈페이지까지 개통했으니 우리가 만든 환경친화작물을 전국에 내다 팔 겁니다. 사실 판로가 마땅치 않아서 좋은 물건을 쌓아놓고만 있었어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마을 사람들이 만든 작물을 직접 내다 팔 수 있게 되니까 좋고 사람들이 체험학습차 방문하면 관광수익도 되니까 좋고, 두루 좋다 이겁니다.”

 그는 정보화가 환경농업 실현, 농업을 통한 다양한 소득원 창출, 농촌 전통의 두레공동체 회복 등 이상적인 농촌 건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