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박하사탕’ ‘초록물고기’를 묶은 ‘이창동 감독 컬렉션’이 DVD로 출시된다.
세 작품의 판권을 각각 소유한 시네마서비스·알토미디어·스펙트럼DVD 등 3사의 협력아래 하나의 작품집으로 탄생한 것. 배급은 스펙트럼DVD가 맡았다.
그동안 앨프리드 히치콕, 페데리코 펠리니 등 외국 유명 감독의 작품집은 종종 출시된 바 있지만 국내 감독의 작품집이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인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이창동은 단 세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탄탄한 시나리오와 리얼리티가 뛰어난 영화를 만들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들 세 작품은 모두 명계남·문성근·이창동 등이 설립한 이스트필름이 제작한 영화들이지만 각 작품마다 독특한 서사방식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초록물고기’는 97년 최대의 한국식 느와르로 꼽힌다.
군대를 제대하고 고향행 기차에 오른 막동은 조직폭력배 보스 배태곤의 애인인 미애를 우연히 구해주고 그의 도움으로 주차장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그러던 어느날 막동은 배태곤이 명령한 일을 무사히 치르고 조직에 정식으로 입단한다. 하지만 배태곤의 어릴 적 보스 김양길이 나타나면서 배태곤 조직은 와해되고 위기에 처한다. 막동이는 마지막으로 태곤을 위해 김양길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한석규와 심혜진의 연기는 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아울러 이 영화에서 일개 조직원으로 등장해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였던 송강호는 이 영화를 계기로 ‘넘버3’ ‘반칙왕’ ‘살인의 추억’ 등에 출연하면서 영화계의 스타로 부상한다.
‘박하사탕’은 기차 레일을 따라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보여주는 독특한 서사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이미 결과가 나와 있지만 개인의 삶이 망가지는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이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순수했던 영혼이 어떻게 타락하게 됐는가를 당시의 시대상과 함께 조명하는 구조가 설득력을 얻는다. 설경구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이 작품은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오아시스’는 장애 여성과 전과를 가진 청년의 사랑을 그린 작품. 뺑소니 교통사고로 형을 살다가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종두는 피해자의 집에 들렀다가 신체가 부자유스런 한공주와 눈이 마주친다. 종두는 신체가 부자유스런 공주를 가까이 대하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서로의 사랑속에서 공주는 정상인으로 걷고 웃고 말하며, 종두는 사랑하는 한 여자를 가슴에 보듬는 듬직한 남자가 된다. 그들은 오아시스 그림 앞에서 춤을 추고 사랑을 나누지만 운명은 그들을 잔인하게 가른다. 카메라를 들고 찍기(핸드헬드) 방식으로 촬영해 현실을 자연스럽고 실감나게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린 청계고가 도로 위에서 이들이 춤는 추는 장면은 보는 이의 가슴을 뭉쿨하게 한다. 류승완 감독이 주인공 홍종두의 동생 홍종세로 출연한 것도 이색적이다.
한편 이번 DVD 컬렉션은 각 작품에 대한 제작과정과 오디션 장면, OST, 포토갤러리, 감독의 변 등이 담겨있는 스페셜 피처 디스크 2장이 포함돼 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