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공포’가 우리 영화계의 새로운 흥행코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지난달 선발주자로 나선 ‘장화, 홍련’이 3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몰이를 하며 흥행 질주하는 가운데 ‘거울 속으로’ ‘4인용 식탁’ ‘여우계단’ 등 공포 대작들이 7∼8월 연속해 개봉된다.
이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8월 1일 개봉 예정인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여우계단(제작 씨네2000)’. 최근 촬영을 막 마친 이 영화는 상당수 마니아를 확보한 대표적인 학원공포물 시리즈로 1편(98년)과 2편(99년)이 각각 전국 200만명과 60만명의 관객을 동원, 한국형 공포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영화팬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고 있다.
‘···여우계단’은 단편영화 ‘사이코 드라마’로 서울여성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바 있는 신예 윤재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첫번째 여성감독인 그는 갇힌 공간에서의 공포를 표현하는 데 탁월한 영상감각을 보인 터라 영화를 시각적으로 더욱 풍성하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신인 주연배우들. 여고괴담 시리즈는 1·2편을 통해 톱스타의 대열에 합류한 김규리·박진희·최강희·박예진·공효진·김민선 등을 배출함으로써 신인 배우의 등용문으로 꼽힌다. 이러한 명성 때문인지 지난해 말 진행된 공개오디션에는 무려 3000명이 넘는 응시자가 몰렸다. 이들 중 행운의 주인공은 송지효(21)·박한별(18)·조안(20)·박지연(22).
CF계의 샛별 송지효는 단짝 친구 소희를 이기겠다는 욕망에 휘들려 여우계단의 저주를 부르는 무용반 만년 2등 ‘윤진성’으로, 네티즌 ‘얼짱’으로 유명한 박한별은 가장 친한 친구 진성에게 끔찍한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무용반 최고의 발레리나 ‘김소희’로 분해 연기호흡을 맞춘다. 조안은 소희가 되고 싶다는 소원 때문에 점점 소희로 변해가며 학교를 공포로 몰아가는 미술반 ‘엄혜주’로, 박지연은 여우계단에서 아무리 빌어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는 미술반 혜주의 천적 ‘김윤지’로 각각 열연을 펼친다.
셀 때마다 그 수가 달라지는 ‘계단괴담’과 여고생들의 ‘소원빌기’라는 미신 행위를 모티브로 삼은 ‘···여우계단’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들을 때마다 소름돋는 학교괴담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죽은 친구의 복수라는 여고괴담 시리즈의 전통 위에 여우계단만의 색깔인 사이코 호러를 엮어 공포의 근원을 더욱 깊게 한다. ‘장화, 홍련’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로 관객들에게 다가선다.
영화의 배경은 한 예술고등학교. 학교 기숙사로 오르는 숲 길에 28개의 층계로 된 계단이 있다. 이곳은 간절히 소원을 품고 한 계단씩 오르면 없던 29번째 계단과 함께 여우가 나타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서 여우계단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 소원의 답은 여우계단의 끔찍한 저주와 함께 되돌아온다는 것을 잊은 채 아이들은 남몰래 여우계단을 오른다.
여고생들의 소원은 점차 욕망으로 바뀌게 되고 필연적으로 상스러운 폭력을 동반한다. 다리없는 아이가 무용실에서 발레를 하고 토슈즈의 발자국마다 핏빛이 배어난다. 아이들의 소원이 부른 여우계단의 저주는 점차 학교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간다. 모든 감각기관을 마비시킬 공포와 함께 그들이 조금씩 여우계단 아래로 내려온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사진설명>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을 가진 여우계단에서 벌어지는 여고생들의 공포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여우계단’의 주인공인 조안·박지연·송지효·박한별(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