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시장에서 대만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내 DVR업체들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특히 해외 영업망이 취약한 군소업체의 경우 수주물량이 작년 대비 절반이나 줄어 아예 DVR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8년 미국 및 유럽시장에서 대당 980달러 선에 거래되던 1채널 임베디드 DVR가 최근에는 300달러대로 폭락했다. 이는 후발주자인 대만업체들이 시장공략 차원에서 한국산 DVR의 절반 수준인 160달러까지 가격을 내려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주량이 예년에 비해 늘어났음에도 매출이나 순이익은 오히려 주는 최악의 채산성 위기로 DVR사업부를 철수하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 또 매년 50% 이상의 매출증가세를 보여온 선두업체들도 올들어 매출신장률이 20% 안팎으로 크게 둔화되고 있다.
주문형반도체(ASIC)와 함께 DVR 개발 및 판매에 주력해온 로직캠프(대표 정찬시)가 최근 DVR사업부를 매각한 데 이어 일륭텔레시스(대표 장홍인)도 DVR사업부 매각을 검토 중이다.
작년 대비 매출이 40% 가량 준 시네틱스의 이도현 사장은 “대만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심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해외 영업망이 취약한 군소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최근 들어 삼성 및 LG 등 국내 주요 OEM업체는 물론 해외 주요 유통업체도 몇몇 선두업체에만 물량을 의뢰하고 있어 경영난이 더욱 심화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선두업체들도 채산성 악화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디스·코디콤·성진씨엔씨 등 이른바 ‘DVR업계 빅3’는 지난해까지 매년 50∼150%의 매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10∼20% 정도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코디콤 원재홍 과장은 “전세계 DVR시장 자체가 아직 크지 않아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는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만이나 중국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는 것도 성장률 둔화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디스 관계자는 “대만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세계 DVR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한 국내 업체들의 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면서 “그래도 몇몇 선두업체는 앞선 기술력과 탄탄한 해외 영업 파트너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선두업체 중심으로 시장질서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DVR업체는 150여개에 달하지만 연매출 10억원 미만의 군소업체는 100여개가 넘어 선두업체 10여개가 전체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