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통신개편안 파장과 전망

 LG가 하나로통신에 대한 칼자루를 잡고 KT와 SK텔레콤에 대항한 제3세력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앞으로 각 세력간에 미칠 주가파장이 큰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주 통신 애널리스트들은 8일 열리는 하나로통신 임시이사회에서의 LG증자안 통과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LG구도에 따른 통신시장의 구조변화에 무게를 둔 채 관련업체들의 이해득실을 분석하는 데 골몰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LG그룹 소용돌이의 스크류 역할을 맡고 있는 하나로통신을 비롯해 데이콤, LG텔레콤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LG통신주’ 주가에는 당분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장기적으로 재무구조 개선 등의 효과가 뒤따를 수 있지만 당장은 LG그룹이 하나로통신의 주주가치까지 신경 써줄 만한 여력을 가질 수 없는 데다 증자에는 필연적으로 주당가치 희석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데이콤은 LG그룹의 ‘적자’긴 하지만 초고속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LG그룹 통신전략 새판짜기에서는 ‘서자’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처지기 때문이다.

 LG텔레콤 역시 이번 LG통신개편안이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절대적 열세에서 헤어날 수 있는 직·간접적 영향력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KT는 긍정적 영향 받을 듯=일각에선 LG그룹이 하나로통신을 인수하고 차제에 두루넷까지 아우르게 된다면 초고속인터넷시장 점유율이 KT의 현 수준에 육박하는 47% 이상에 달할 것이라며 ‘KT위협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역해석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이영주 연구원은 “통신시장 특성상 경쟁업체가 줄어들수록 기존 지배사업자의 지배력이 더 커지는 사례는 과거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서 한솔엠닷컴과 신세기통신이 정리됨으로써 SK텔레콤이 입은 수혜에서 확인됐다”며 “시장정리는 KT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재료”라고 말했다. 그는 “LG그룹이 하나로통신을 인수하게 되더라도 당분간 재무개선, 외자유치 등을 추진하면서 시장에 눈을 돌릴 여유를 갖지 못할 것이므로 그 시간을 KT는 여유롭게 요금전략과 가입자 구조를 추스르는 호기로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두루넷 처리문제에 있어서는 KT쪽으로 공이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LG가 하나로통신 고비를 간신히 넘기더라도 3500억∼4000억원이 추가소요되는 두루넷 인수에 쉽사리 나설 수 없음을 가정한 것이다. 이래저래 KT는 ‘여유로운’ 입장에 서 있는 셈이다.

 ◇SK텔레콤 영향은 중립적=이번 사안이 SK텔레콤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LG그룹의 통신재편구도가 초고속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유선통신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LG측이 후발사업자로서 유무선 결합상품의 적극적인 개발 및 시장공략을 경쟁력 제고의 한 방도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SK텔레콤에 위협을 줄 만한 요소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이번 LG그룹 전략의 본질은 전체 유무선 통합시장의 3강 진입보다는 유선통신시장 분야 2강 구도 만들기로 해석하는 게 더 정확하다”며 “LG텔레콤을 축으로 SK텔레콤까지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인 듯싶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