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나로통신 정상화 방안

 하나로통신의 정상화 방안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온 LG가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를 무산시킬 정도로 적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3일 하나로통신 이사회는 외자유치 승인안을 거부, 일단 헐값 해외매각의 부담에선 벗어났다.

 LG의 주장대로 이번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건은 국가 기간통신사업자를 외국의 투자기관에 너무 싸게 팔아넘긴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은 하나로통신 인수가격으로 액면가(주당 5000원)에도 크게 못미치는 주당 3000원(수정안 3100원)을 제시해 헐값 논란을 일으켰다. AIG는 지난 98년에 밸캐나다 그룹의 투자회사인 BC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솔PCS에 투자한 후 2년도 안돼 3배 이상의 차익을 실현한 전문투자사다.

 외자유치는 사실 IMF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회생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처럼 인식돼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헐값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국가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한국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도 낮아 좋은 가격을 받아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나로통신도 따지고 보면 마찬가지다. 올해 39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이 도래하는데다 유선통신시장의 정체로 자금조달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제값을 주고 인수하려는 기업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로통신의 대주주인 LG의 결단을 촉구해왔다. LG가 지분인수 등을 통해 하나로통신의 지배주주로 변신해서 하나로통신의 정상화는 물론 통신3강 체제를 확립, 국내 통신시장도 경쟁다운 경쟁환경을 조성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LG로 공이 넘어갔다. LG가 하나로통신 외자유치 반대의 선봉에 섯듯이 이제부터 하나로통신을 정상화시켜야 할 책임을 떠안았다. 당장 하나로통신 외자유치 무산에 따른 노조의 반발 등 반대세력을 설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LG의 5000억원 유상증자 제시는 하나로통신 입장에서 볼 때 당장의 급한 불을 끈데 불과하다. 따라서 LG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청사진을 내놓아 반발세력의 명분을 누그려뜨려야할 것이다. 특히 오는 2006년까지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도래가 하나로통신 정상화를 가늠하는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LG가 제시한 하나로통신, 데이콤, 파워콤간 통합 또는 전략적 제휴는 하나로통신의 실적적 정상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LG의 통신3강에 안착하는 초석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의 통신시장 구도와 유무선 통합으로의 진행 등에 비추어볼 때 하나로통신이 독자생존하기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워 보인다. 즉 하나로통신은 다른 통신강자와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서만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또 하나로통신, 더 나아가 통신시장의 구조조정도 통합으로 가능할 것이다. 이래저래 LG는 하나로통신의 재무구조 개선과 통신사업자(자회사)간 통합을 위한 추가 자금확보가 필수적이다.

 정부도 이번 하나로통신 정상화에 뒷짐만 져선 안된다. 정부가 시장의 움직임에 이러쿵 저러쿵 나서는 것도 볼썽사납지만 정부의 정책에 따라 설립한 기간통신사업자를 방관하는 것은 더욱 무책임하다. 하나로통신 정상화에서부터 통합, 통신3강 진출 등으로 이어지는 LG의 행보가 오랜만에 유효경쟁 환경조성이라는 정부의 통신정책 기조와 맞아떨어질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