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시아 4개국, PKI 상호연동

 한국·일본·싱가포르·대만 등 아시아 4개국이 상대국의 공인인증을 서로 인정하는 ‘아시아 PKI 상호연동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이를 계기로 국경을 넘는 인터넷 금융은 물론 전자상거래와 전자무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더욱 기대되고 주목되는 점은 국가의 위상과 코드가 달라 이견조정이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1년여만에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공인인증에 필요한 기술적 요소를 규정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정도의 추진력이라면 PKI 상호연동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법적절차 통과를 낙관해도 될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번에 마련된 가이드라인은 2001년 6월 한국·일본·싱가포르가 공인인증을 상호인정하기로 합의한데 이어 작년 5월 대만에서 열린 PKI포럼에서 대만을 포함한 4개국 정부 관계자들이 공인인증 상호인정 프로젝트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1년여만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가 제대로 마무리되면 PKI 상호연동에 합의한 4개국은 어느 국가에서든 하나의 공인인증만 받으면 된다. 다시 말해 국내에서 공인인증을 받은 사용자가 공인인증을 필요로 하는 국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할 경우 해당 국가의 공인인증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인터넷금융이나 전자무역에 필요한 각종 서류발급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의 공인인증을 외국에서 인정치 않고, 상대국에서 발급하는 공인인증 획득이 쉽지 않다는 것이 국경을 넘는 전자상거래나 인터넷 금융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 4개국이 PKI 상호연동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를 계기로 아시아 e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우리의 목표인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도 앞당겨졌으면 한다.

 물론 아시아 4개국 PKI 상호연동이라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견조율을 거쳐 공인인증의 상호인정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고 하나 법적절차가 남아 있으며 이를 통과하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법적문제 해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공인인증을 이용한 전자상거래, 인터넷금융, 전자무역에서 발생하는 손해배상 등은 국익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모든 국가들이 조금이라도 자국이 유리하도록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전자서명의 상호인정을 민간무역 부문부터 시작하겠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법적합의가 필요치 않은 민간부문을 상호인정하면서 신뢰를 돈독히 하고, 그 사이에 관련법을 제정하거나 수정하면서 오는 2006년부터 전자서명 상호인정서비스를 실시하겠다는 구상이다.

 국가간 전자상거래 및 인터넷금융 활성화의 걸림돌인 공인인증 문제해결을 위해 한국·일본·싱가포르·대만 등 아시아 4개국이 보조를 맞추고 있는 이번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사이버 세계에서 인감도장 역할을 하는 공인인증 연동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모든 경제생활과 거래활동이 전자화되고 정보화되는 디지털 경제시대의 주역으로 부상했으면 한다.